새해에 증시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수 상승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펀드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반등을 점치고 위험을 무릅쓴 베팅으로,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공모 펀드시장에 설정된 72개 레버리지 펀드에 3,28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39개 테마 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것이다. 연말·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 지난해 12월31일 하루에만 1,260억원의 자금이 레버리지 펀드로 유입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중순인 17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레버리지 펀드에서 한 달 동안 자금이 728억원 유출된 것과 비교하면 새해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레버리지 펀드는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기초지수 상승률의 1.5~2배 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종목들을 살펴봐도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일까지 삼성자산운용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상장지수펀드(ETF)를 1,094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이 기간 국내 증시 전체 종목 중 네 번째로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이다. 동시에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ETF도 441억원 순매수했고 반대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삼성KODEX200선물인버스2X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 ETF는 72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리스크 베팅에 주의를 당부한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 아래로 추락하는 등 새해에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올해 국내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가 급격히 하향조정되는 등 시장 펀더멘털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기업의 실적 바닥이 확인되는 올해 1·4분기까지는 반등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레버리지 펀드들의 수익률도 부진한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일 기준 전체 공모 레버리지 펀드들의 한 달 평균 수익률은 -4.44%를 기록했다. 향후 시장의 하락폭이 커질 경우 레버리지 펀드의 상품 특성상 수익률 하락세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