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M&A전문' 김정주 매각 타이밍 잡았나

1위 게임업체 넥슨 파는 이유는

中추격·근로단축·노조설립 등에

경영권 포함 지분 전체 매물로

'진경준 수사' 피로도 영향 분석

인수주체 텐센트 등 中업체 물망

"일등도 못버티면..." 게임업계 충격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가 설립 25년 만에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을 추진한다. 중국업체의 추격이 거센 반면 중국 시장에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점, 내적으로는 노조설립과 노동시간 단축, 풀리지 않는 국내 규제 환경 탓에 지금이 매각의 최적 타이밍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1위 업체 오너의 이같은 결단에 게임 업계 전체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게임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정주(사진) 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해당 지분은 김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물량이다. ★관련기사 23면


매각 주관사로 도이치증권이, 매각 자문사로 모건스탠리가 각각 선정됐다. 이르면 내달 예비 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의 시가총액은 현재 13조원 수준으로 이중 NXC가 보유한 넥슨의 지분(47.98%) 가치는 6조원 규모다. 넥슨은 또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넥슨코리아 산하에 네오플 등 10개 가량의 자회사가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을 확보하면 넥슨 전체의 경영권을 손에 넣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등 NXC가 직접 보유한 회사들의 가치까지 합하면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 전체 지분의 매각가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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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고급 유모차업체(스토케)와 온라인 레고거래사이트(브릭링크), 가상화폐거래소(코빗·비트스탬프) 등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며 IT업계 대표적인 ‘M&A 귀재’로 통하는 김 대표가 지금이 ‘최고가에 팔 수 있을 때’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각종 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신음해왔다. 중국 게임업체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국내 업체를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방침은 국내 게임업계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여기에 넥슨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중국 정부가 판호 발급을 미루고, 최근에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중단하도록 지시하며 던전앤파이터 등 주요 게임의 중국 서비스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넥슨 안에 강성인 민주노총 성향의 노조가 들어선 것 역시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자의 천국’으로 여겨지는 넥슨의 설립자임을 자부하는 김 대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모바일게임으로의 전환은 실패하고 그나마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지금이 넥슨을 매각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면서도 “‘바람의나라’로 시작해 25년간 국내 게임업계를 이끌어온 넥슨의 위상과 기업가정신이라는 게 기업이 어려울 때 발휘되는 미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결정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넥슨이 게임업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압도적 1위 업체라는 점에서 매각이 확정될 경우, 게임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상황이 어려워도 게임은 우리가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는데, 업계 1위가 외국 업체에 넘어간다면 게임업계 전체에 사망선고를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누가 넥슨의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유력 인수주체로 물망에 오르는 업체들은 중국의 텐센트와 넷이즈, 미국의 EA 등이다. 이중 특히 텐센트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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