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콘텐츠산업, 상상이 현실이 된다

김정길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 회장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인공이 증강현실(AR)을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스페인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한 AR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골격을 이룬다. 현실과 게임을 넘나드는 장면이 다수 등장하는데 게임 캐릭터가 현실의 차량에 뛰어내리거나 현실은 맑은데 게임에서는 비가 내리는 것을 오감으로 체험하는 등 ‘마법’ 같은 게임의 세계를 보여준다.

지난해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올려보자. 가상현실(VR) 게임 안에 영화 ‘킹콩’ ‘샤이닝’ 등 곳곳에 20세기 대중문화가 숨어 있고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달 넷플릭스에서 선보일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은 원인 모를 역병이 번져 그 실체를 파헤쳐가는 조선시대 좀비 이야기로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극을 썼다.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고 콘텐츠에는 국경이 없다.

신기술 자체를 넘어 기술혁명으로 인한 삶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감성을 담은 ‘콘텐츠 산업’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기술 발달로 구현할 수 있는 상상력의 범위가 확대되고 창작과 관람·체험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콘텐츠 수요는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등장으로 콘텐츠 산업의 국경이 허물어지며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는 위기의 파도도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TV 시청과 영화는 전형적인 문화 향유 수단으로 이미 자리 잡았으며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이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한국을 직접 찾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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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현재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신기술·플랫폼 기반의 미래형 콘텐츠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전략’에 따르면 우수한 문화자원을 VR·AR 등 첨단기술과 연계하는 ‘문화·관광 강국 실감 콘텐츠 프로젝트’ 등의 핵심 사업 추진과 함께 문화기술 연구개발(R&D)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성장세에 비해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못한 뉴콘텐츠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시장을 창출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직 국가 전체 R&D 예산의 0.3% 수준에 불과한 문화기술 R&D 예산도 핵심 응용기술, 문화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점차 투자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는 점도 반갑다. 이와 병행해 창작집단, 신기술 R&D, 기업, 정책지원 협단체 등이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생태계 조성과 창의·혁신의 소통·협력 채널 형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상시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 나라의 콘텐츠 산업은 그 나라의 저력이다.

요즘 나라 경제가 상당히 어렵다고들 한다. 이제는 제조업 등 전통 산업을 넘어 ‘콘텐츠’라는 새로운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고 산업을 선도하는 경쟁력 확보가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시점이다. 창의력·상상력을 가진 인재가 곧 경쟁력인 콘텐츠 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분야로 고용유발계수가 반도체 3.0명, 자동차 6.8명에 비해 높은 12.1명이라고 한다. 관광·소비재 등 연관 산업에도 적지 않은 긍정적 효과를 미치기에 산업 육성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발표된 계획이 실효성 있게 집행되기를 바라며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활짝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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