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과의 이혼 소송 중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 재판장을 바꿔 달라”는 임우재 전 삼성전기(009150) 고문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 입장에서 공정한 재판이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되더라도 일반인 기준에서 불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 기피 신청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4일 임 전 고문 측이 낸 이혼 소송 재판부 기피 신청 재항고심에서 신청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신청 인용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 사장은 장 전 차장과는 밀접한 협력관계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기피 신청 대상자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며 “그러한 의심은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임 전 고문 측은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3부의 A부장판사가 장 전 차장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며 지난해 3월13일 법원에 기피신청을 냈다. 이 사장이 삼성전자(005930)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인 만큼 재판 공정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A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에서 낙마한 뒤 장 전 차장에게 ‘감사 인사’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비롯해 2015년 8월~2016년 7월 사이 총 10여 건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이유가 없다고 보고 같은 달 23일 임 전 고문의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임 전 고문은 재판부 기피신청을 다시 판단해 달라며 지난해 4월 대법원에 즉시항고했다.
임 전 고문과 이 사장은 2014년부터 소송을 진행한 끝에 2017년 7월 법원에서 이혼 결정을 받았다. 1심 법원은 이 사장을 자녀의 친권·양육자로 지정하고 임 전 고문에게는 자녀를 매달 한 차례만 만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 임 전 고문은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