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유치원 약 2곳 중 1곳 꼴로 인플루엔자나 수족구병과 같은 전염성 질환에 걸린 아동을 격리해 돌보는 공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맞벌이 가구처럼 아픈 아이를 온종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서는 보육기관 내에 별도의 돌봄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브리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유아 전염성 질환 관리 현황 및 대책’에 따르면, 전염성 질환 발생 시 격리 또는 귀가조치 규정이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율은 98.1%에 달했다. 그러나 격리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 기관은 48.7%에 불과했다. 이는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 어린이집 808곳, 유치원 409곳의 원장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2017년 3∼8월 이들 기관의 전염성 질환별 발생률은 구내염 73.6%, 수족구 69.4%, 수두 31.5%, 독감·신종플루 26.5% 등으로 집계됐다. 질환별 초기 대처방법은 모든 질환에서 ‘귀가 조치 및 가정 내 돌봄’이 약 80%대로 가장 높았고, ‘기관 내 별도 공간 격리’는 10%대로 낮았다. 전염성 질환 발생 시 어려움 정도는 ‘별도의 돌봄 인력 부족’ 89.2%, ‘격리할 공간 부족’ 81.8%, ‘격리기준 명확성 부족’ 70.3%, ‘부모의 이해 부족’ 63.6% 순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유아교육법 시행규칙과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기관은 치료, 격리, 휴학 등의 조치가 필요한 유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가 함께 지내는 공간에서는 전염성 질환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인데, 영유아의 일일 기관 이용시간은 어린이집 평균 7시간 20분, 유치원 평균 7시간 10분으로 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염성 질환에 걸린 영유아를 둘러싼 기관과 학부모, 학부모 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보육에 여력이 없는 부모들은 발병 사실을 숨기고 아이를 등원시키기도 하고, 아이가 전염병에 노출될까 두려워하는 부모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보고서는 “치사율이 높지 않은 전염병을 강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호주에서는 가정에서 설사나 구토를 한 경우에는 마지막 증상으로부터 24시간 동안 등교하지 못하게 하고, 싱가포르는 열이 있거나 약물치료를 받는 영유아의 등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전염성 질환에 대한 격리는 질병 확산을 제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일정 규모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는 격리공간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련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