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변협)이 차기 협회장 선거 투표율에 비상이 걸리자 선거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겠다는 초유의 결정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등 상당수 변호사들은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오는 21일 예정된 제50대 협회장 선거를 맞아 선거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에게 시가 7,000원 상당의 장우산을 기념품으로 나눠주기로 지난 12월31일 결정했다. 협회장 직선제로 전환한 2013년 이래 이찬희(53·사법연수원 30기)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의 첫 단독 출마가 결정되면서 투표율 저조를 우려한 방침이다. 변협 선거 규칙상 협회장에 당선되려면 전체 유효 투표 수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이 회장 단일 후보라서 선거 열기도 떨어진 데다 과거처럼 사법고시 폐지 등과 같은 거대 이슈도 실종됐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17일에는 법무법인 매헌의 김형준 변호사 등 7명이 “이 회장은 서울지방변회 회장 임기가 남은 상태라 출마가 위법”이라며 변협 협회장 선거를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법원에 냈다. 변협이 협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 참여자에게 기념품을 나눠주기로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상당수 변호사들은 이 같은 변협의 결정에 “이 회장에게 편향적으로 금품을 제공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 변호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 집행부가 지금까지 협회장 선거일에 단 한 번도 지급되지 않았던 기념품을 준비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며 “단독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선거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어 “우산 지급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상황 속에서 이 회장이 가까스로 당선되더라도 공약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한 채 임기를 시작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혹시라도 재선거가 있게 된다면 경쟁력 있는 다양한 후보들의 경쟁으로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선거 무산을 걱정해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린 결정일 뿐 특정 후보 밀어주기와는 무관하다”며 “투표 독려가 반드시 이 회장에 대한 찬성으로 연결된다고 보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만약 투표 수 부족으로 이번 선거가 무산되면 변협은 곧바로 다시 공고를 내고 재선거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만약 이 회장 외에 다른 후보가 보이지 않을 경우 당선자 없는 선거를 계속해서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해당 기간 김현 현 변협 회장은 본의 아니게 임기가 연장된다. 변협 협회장 후보 기근은 서울지방변회가 전체 변호사 회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서울지방변회 회장 출신들의 독주가 지속되며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