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시그널] A등급 기업도 실탄 확보 3,000억만 6곳

■ 회사채 先발행 봇물

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A등급 우량회사 발행 잇따라

은행 대출 문턱 높아질 우려에

경기 침체·인건비 부담 겹쳐

중견·중기는 자금 확보 비상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연초부터 회사채를 선제적으로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주로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회사들이다. 주요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적인 자금조달이 은행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시중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회사채를 저금리에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회사채 시장 1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3,000억원 이상 대규모 발행 기업만 6곳으로 집계됐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유 업계 2위 GS(078930)칼텍스는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다. GS칼텍스는 오는 29일 3,000억원가량 회사채를 발행한다. 1월 말까지 만기 상환해야 하는 자금은 1,500억원이지만 1,500억원을 추가 조달하기로 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KB증권 등 인수단만 10곳 이상으로 대규모 발행을 진행한다. GS칼텍스는 지난 2016년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후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도 이달 28일을 목표로 5·7년물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현대오일뱅크는 같은 해 8월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한솔제지(213500)는 3년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이달 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쇼핑(023530)도 이달 말 3·5·10년물로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는다. KT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이달 7일 마감한 수요예측에서 1조4,600억원 규모의 수요가 몰렸다. 게임 업계 선두인 엔씨소프트(036570)도 회사채 시장에서 1,000억원을 조달한다. 미래에셋대우와 CJ제일제당도 각각 3,000억원, 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현대제철과 삼양사·CJ프레시웨이도 각각 3,500억원, 1,500억원, 700억원가량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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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시장금리 하락 추세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월 회사채 3년물(AA-) 수익률은 2.722%였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타 이달 2.266%로 1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회의감도 크다. 7일 기준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16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12bp 수준 이후 향후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커졌다. 공급만큼 연초에 회사채를 확보하려는 기관 수요도 탄탄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 자금조달이 은행 대출보다 금리 측면에서도 유리해 일부 상환하는 모습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부실 위험에 대비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는데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은행이 전망한 대출태도지수는 -8로 지난해 4·4분기(-18)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4·4분기에 이어 -3을 기록했다. 0을 기준으로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중견·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며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들은 보증·융자 등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청 기업들이 많아 제때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힘들다. 완성차 2차 납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부가 돈줄이 마른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저렴한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1조원 규모의 상환보증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면서 “워낙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부품업체들이 많다 보니 프로그램이 시작되더라도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호현·황정원·서민우기자 greenlight@sedaily.com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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