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7개월이 지났어도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어 취약한 리더십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김 회장은 미래 비전에 대한 제시는 없이 조직 쇄신을 명분으로 내걸고 무리한 인사를 단행해 내부 반발만 거세지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조직 안정을 위해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는데 전횡만 휘두르면서 혼란만 가중돼 DGB금융과 대구은행의 정상화가 멀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는 의혹을 받는 김 회장과 지주 이사회를 겨냥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구은행 노조는 “조직과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사에 의해 경영상 헛다리 짚기와 경영 리스크 유발을 일삼고 있다”면서 “지주 회장과 지주 이사회가 합의를 파기하고 겸직을 위한 수순이 아닌지 의구심을 표하는 동시에 그 저의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소통·성과·인재를 경영의 기본 틀로 하겠다던 김 회장이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현장경영을 위해 한 번이라도 전면에 나선 적이 있었냐”고 반발했다.
DGB금융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취임 후 조직 안정화는 뒷전인 채 은행의 소소한 부분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행장 직무대행이 있어도 부장에게 직접 지시하고 보고를 받아 조직체계를 흔들고 회장이 직접 각종 은행의 내외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 관계자는 “장기 경영비전 제시는 없고 자신의 체제를 만드는 데만 주력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김 회장은 퇴직임원 부당해고 문제도 초래했다. DGB금융지주는 김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대구은행과 계열사 임원 17명이 김 회장의 인적 쇄신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사표를 냈다고 밝힌 뒤 조직개편과 함께 절반이 넘는 9명을 해임했다. 하지만 타당한 이유 없이 승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고 당시 불거진 비리와 무관한 임원까지 해임 대상에 포함해 객관성·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직 장악을 위해 20년 이상 은행에 몸담았던 임원들을 하루아침에 부도덕한 인물로 낙인 찍은 것이다.
특히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대구은행 해고 임원 5명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하다며 ‘인용’ 판정을 했으나 김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지주 측은 지난해 12월 은행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은행이) 불복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임무위배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며 압박해 이들의 복직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에 정통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영 자율성까지 침해한 개입”이라며 “김 회장 취임 후 8개월간 파벌과 불신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해고 임원들이 금융감독원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으나 전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주와 은행의 끊임없는 갈등은 유사한 케이스로 외부 인사인 김지완 회장을 영입한 뒤 빠르게 조직이 안정된 BNK금융지주와 상반됐다. 내홍이 계속되면서 조직 경쟁력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과도한 개입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지나치게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