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어닝쇼크로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공세가 이전보다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메모리 가격 하락과 수요 둔화 전망에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경우 중국 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메모리 양산 시점이 스스로 수차례 공언한 올해에서 내년 이후로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9일 “불황이 돼야 실력이 드러난다”며 “미국의 노골적 견제로 힘든 중국 반도체 기업이 2차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원가 개념을 지울 만큼 반도체 육성에 혈안인 중국 정부이지만 메모리 칩 수요가 줄고 있는 만큼 투자에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안 상무는 “시장에서 칩메이커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아직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이 약한 중국 업체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언젠가는 중국이 우리 업체를 따라오겠지만 그 시기는 더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만 등 외신을 통해 들리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중국의 서버용 D램 업체 푸젠진화와 함께 D램 공동개발을 진행해 온 대만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UMC가 관련 개발팀을 해체하면서 푸젠진화도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는 군사·안보 위협을 이유로 푸젠진화에 자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메모리 시장 진입이 임박한 중국에 대해 미국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런 차에 불황의 그림자마저 드리우면서 중국의 원가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낸드플래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 D램은 푸젠진화(서버용)·이노트론(모바일용)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끌고 있다. 낸드의 경우 지난해 32단 제품(한국 업체는 90단 제품)을 내놓았지만 수율 문제로 양산도 못 하고 있다. 올해 64단 제품까지 양산하겠다고 선언해 갈 길이 구만리다. D램은 양산은커녕 제품도 공개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공정이 고도화·첨단화 되면서 공정 카피율이 과거 삼성이 미국·일본을 따라잡던 시절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임원은 “중국이 포기할 수 없는 게 반도체”라며 “시장 환경만 보면 메모리 양산 시기가 늦춰지는 등 고전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메모리 약세장이 되면 시장을 과점한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도시바 등 3~4개사로 쏠림이 심해진다”며 “다만 중국의 경우 메모리 양산 즉시 통상규범에 저촉을 무릅쓰고라도 자국 업체에 사용을 의무화시킬 수 있는 만큼 바짝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