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촉발된 후 국회에 쏟아진 미투 법안은 14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12월7일 ‘1호 미투 법안’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대폭 수정돼 의미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안에는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법사위에서 법 적용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되며 ‘역차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특정 이슈가 터질 때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앞다퉈 내놓는 국회의원의 ‘보여주기식 입법’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동소이한 법안들을 병합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시간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화제에 따라 인기 영합적으로 여러 의원이 법안을 제출하다 보니 같은 내용의 법안이 10개 이상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법안 처리의 고충을 토로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투 법안은 51개다. 이 중에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항을 노사협의회 사항으로 명시하도록 한 법안과 사업주의 성희롱이나 징계 미조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등이 포함됐다.
국회에서도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심 선수 사건을 언급하며 “향후 입법 활동은 당과 국회가 조속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여가위에 계류 중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등 17개 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하고 법사위·환경노동위원회 등 타 상임위에 정체 중인 법안의 통과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