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트럼프의 北비핵화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北비핵화에 따른 대북제재 완화

공약 아닐 뿐더러 변수도 많아

장벽건설처럼 확고한 의지 없어

北, 트럼프 움직일 행동 보여야

손병권 중앙대 교수



미국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민주당의 대립, 그리고 예산안 합의결렬로 인한 정부 셧다운 등으로 매우 소란스럽다. 북한 비핵화의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이 이런 소동을 보면서 트럼프식 정책추진의 기조를 간파하고 북핵 문제 접근에 활용할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함께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국내 유권자 혹은 지지층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 생산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다. 남미국가와의 우호관계를 고려해서 이민문제에 있어 좀 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미국 안보의 상징물인 국경장벽의 견고한 그림 앞에서 별 의미가 없다. 현재 북한의 도발중단 상황은 목적달성을 위한 전술에 불과하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식의 충고는 트럼프의 가성비 계산으로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


둘째, 트럼프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하지 못한 것을 자신이 해냈다는 점을 매우 중요시한다. 트럼프가 보기에 오바마의 개방적 세계동포주의는 미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했을 뿐이다. 오바마는 이민에 따른 부작용을 미국의 다원주의가 감수해야 할 대가로 봤다. 그러나 트럼프는 오바마의 이러한 신념을 지지부진한 이민개혁에 대한 변명으로만 봤고 국경장벽 건설에 ‘올인’했다. 북핵 문제 접근에 있어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문제해결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를 입증하는 것에 불과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막는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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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트럼프 정책 기조의 특징이 북한 비핵화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모두 나타나고 있지만 이 둘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은 그때그때 발생하는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는 반면 국경장벽 문제에 대한 그의 접근은 백인민족주의의 ‘공약’을 완수하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는 ‘상황’에 따라 변화가 잦아서 때로 관찰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이 ‘성과’와 ‘상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국경장벽 건설에는 포함돼 있는 ‘공약’이라는 요소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대한 트럼프의 ‘공약’은 매우 확고하고 민주당의 하원 장악이라는 상황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국경장벽 건설공약 이후 2018년 중간선거 당시 남미 카라반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에 이르기까지 트럼프는 반이민정책을 고수했고 지금은 정부 셧다운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장벽건설 비용마련을 위해 위헌논란이 있는 국가비상권한까지 사용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트럼프가 현재 견지하는 북미대화 노선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사나 추가적 도발 부재 등 가시적 성과를 만들었고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시도해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정책 기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시각은 북미대화의 진전 여부, 북중 밀착의 정도, 한미협력의 수준, 미중관계의 전도 등 ‘상황’ 변화의 영향을 현저히 받는다는 면에서 트럼프가 작심하고 추진하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대한 태도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는 북미대화의 개시와 함께 자동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국경장벽 건설과 같은 종류의 ‘공약’사항도 아니다. 이를 ‘공약’으로 읽었다면 이는 북한의 오판이다. 미중관계의 긴장국면은 상당히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등장 이후 트럼프의 대북접근 방식을 포함해 그에 대한 공세가 현저히 강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핵화 조치로 인정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북한의 가시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향후 북한의 선택이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향후 진로에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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