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CEO&STORY]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대표 "임차인 구한뒤 건물 올려...금융 주도 개발로 위험 줄였죠"

●부동산 자산운용시장의 '별종'

빌딩 매매 위주 운용업계서

인허가부터 임대·매각까지 도맡아

좋은 부동산 사서 가치 더 높이기 주력

●전문성 기반한 남다른 운용 결실로

15개 개발프로젝트 수익률 두자릿수

창립 8년만에 年수수료도 300억 달성

외형성장보다 투자자 신뢰 우선

부동산 자산운용이라고 하면 흔히들 투자금을 모아 빌딩을 사서 3~5년 동안 임대수입을 배당하다 시세차익을 남기고 청산하는 방식을 떠올린다. 실제로 150개가 넘는 부동산 운용사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운용 방식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이 같은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에서 ‘별종’이다. 다 지어진 건물을 사고파는 투자는 운용자산의 4분의1도 안 된다. 대부분은 직접 인허가, 건설, 준공 후 임대관리까지 맡아서 하고 있다.

이 ‘별난 운용’을 주도하고 있는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는 “금융이 주도하는 개발 사업은 국내에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선진국에서는 흔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건설이 주도하는 개발에 비해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은 높일 수 있는 ‘선진국형 개발·투자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남다른 운용 방식만큼이나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 설립 이후 총 15개의 굵직한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중 5개 사업에 대해서는 지난해까지 투자자금 회수를 마쳤다. 이들 사업은 매각차익을 포함한 내부수익률 (IRR)이 모두 20%를 넘었다.




CEO&스토리, 9일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 인터뷰./권욱기자CEO&스토리, 9일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 인터뷰./권욱기자



◇임차인부터 구하고 건물 올리는 디벨로퍼=김 대표는 자산운용사가 주도하는 개발은 일반적인 부동산 시행사가 하는 개발과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토지 계약금 정도만 지불한 시행사가 건설사의 보증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개발사업을 하면 시공사 입김에 의해 사업이 좌지우지됩니다. 시공 수익이 목적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빨리 털고 나가기’ 위해 분양에 집중하게 되죠. 금융이 주도하는 개발은 자기자본 비중이 높은데다 금융 기법을 통해 자금의 상당 부분을 미리 조달합니다. 자금이 넉넉하면 시공비·토지비에 대한 원가 통제가 가능합니다. 그만큼 비용은 적게 들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무엇보다 그가 놓치지 않는 운용의 핵심은 준공 이후에 부동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밑그림부터 그리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땅을 사기 전에 임차인부터 구해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경우가 많았다”며 “건물을 쓸 사람이 정해지면 투자자 모집을 하기도, 대출자금을 저리에 조달하기도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화문 센터포인트다. 김앤장과 임대계약을 먼저 하고 토지주와 매매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공실 위험을 초기부터 없앴다. 상암 드림타워도 외국인투자가가 임차인을 구해오면 돈을 대겠다는 입장이어서 CJ헬로비전과 30년 장기 임대 계약을 맺은 후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김 대표는 “임차인과 투자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은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갖춘 실무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또 다른 중요한 운용의 원칙은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만들어 파는 것’이다. 사업시행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의 프로젝트 위주로 선정하다 보니 땅값이 비싸기 마련이다. 그러나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보다 비싸게 사서 가치를 올려 더 값어치가 있는 부동산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례로 부동산 가격이 비싼 홍대에서 5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사례가 있다. 1개 층을 증축하고 1~2층은 시원하게 터서 유명 브랜드를 임차인으로 유치하면서 새로운 건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또 자칫 3~4년 이상 걸릴 수 있는 도시계획을 수반하는 사업도 배제한다. 김 대표는 “가급적 인허가를 1년 안에 끝낼 수 있는, 건축허가만 받으면 되는 사업 위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인베스코와 손잡고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시화물류단지도 인허가가 상당히 진척된 부지였기에 사들였다. 착공에 빨리 들어갈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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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남다른 운용은 성과로 이어졌다. 불과 설립 8년 만에 연 수수료 매출 30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5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운용 자산은 최근 몇 년간 연 1조~2조원씩 성장하며 지난해 말 기준 6조2,000억원까지 올라섰다. 지난해까지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건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건들도 두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한번 높은 수익을 경험한 외국계 투자가들이 우리의 운용방식에 대한 신뢰를 갖게 돼 제2, 제3의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의 고객 리스트에는 안젤로고든·골드만삭스·인베스코·KKR과 같은 유수의 글로벌 투자가가 올라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적극적으로 투자 의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경기 하락기…외형 성장보다 수익률이 중요”=마스턴투자운용은 현재 서울 수도권의 요지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판교 알파돔지구에 ‘판교역 힐스테이트’를 성공리에 분양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민은행 명동 본점의 재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은행 건물을 허물고 저층부는 상업시설, 상층부는 호텔로 짓는 사업으로 인허가와 임차인 구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상장 리츠, 물류센터, 항만 인프라, 그리고 해외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하반기에 기존에 운영 중인 물류센터나 상업시설을 공모상장 리츠로 만들어 보려고 구상하고 있다”며 “물류센터는 이미 공급이 많이 됐음에도 수요가 강해 꾸준히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이제부터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쓸 방침이다. “그동안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저금리의 힘으로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나타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시점”이라며 “아파트와 상가 시장의 충격이 조금 더 클 것으로 보이고 기관이 투자하는 오피스 시장은 그나마 덜하겠지만 역시나 수익률 감소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사무실 수요가 많은 은행권 등에서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반면 이를 대체할 만한 신사업은 성장하지 못해 오피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외형성장보다 투자자 수익 보호에 힘쓸 방침이다. 그는 “매출 실적에 쫓기기보다 양호한 투자성적표를 유지하는 데 힘쓸 것”이라며 “회사 규모가 작더라도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줘 신뢰받는 운용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진=권욱기자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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