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파이낸스 2019] 우리-혁신성장펀드·IBK-문화콘텐츠...모험 투자 확 늘린다

<중> 선진금융 접목...새시장 연다

기술신용대출 잔액 작년 166조로 전년동기비 35조 증가

혁신 성장기업 발굴·투자, 철저한 검증과 세밀한 평가 진행

하나銀, 기술신용평가사 자격취득·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한 신 수익원 발굴과 사회적 기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한 신 수익원 발굴과 사회적 기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리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 혁신성장기업을 발굴해 직접 기술역량 평가와 심사를 거쳐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은행권 최초로 마련했다. 공모에는 250개 스타트업이 참여했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등 11개 기업이 선정돼 최대 10억원씩 직접투자를 받았다. 그 덕에 대출도 쉽지 않았던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였고 은행 내부적으로는 투자지침에 면책기준을 둬 그간의 보수적 관행을 깰 수 있도록 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올해부터 투자은행(IB) 그룹에 ‘혁신성장금융팀’을 신설해 프로세스를 일원화함으로써 3개월 정도 절차를 간소화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 300억원씩 총 600억원을 투자하고 신규 기술금융펀드(혁신성장펀드)도 결성할 계획이다. 직접투자 손실에 대비해 풋옵션 또는 상환권 행사 등의 대응책도 마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0여명의 기술평가 및 산업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성장센터에서 직접 혁신기술을 평가하고 투자심사를 진행해 투자한 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신과 함께-인과연’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기업은행은 ‘신과 함께’ 시리즈에 20억원을 직간접 투자했고 1편(1,441만명)만으로도 손익분기점(1,200만)을 훌쩍 넘겨 2편 매출이 모두 수익으로 확보됐다. 이처럼 기업은행이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되는 영화·공연·애니메이션 등의 산업에서 투자 잭팟을 터뜨리는 것은 문화콘텐츠 전담부서에서 작품 발굴부터 투자 진행까지 세세하게 검증하기 때문이다. 배급사, 제작사, 벤처캐피털(VC), 영업점 추천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가치가 있는 작품을 발굴하고 투자를 진행할 때는 작품성, 대중성, 필모그래피(감독·배우의 역량), 개봉시기 및 경쟁작, 시장 반응(부정적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적정성을 따져 결정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출·투자·프로젝트를 포함해 올해 문화콘텐츠 분야에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우선시하고 담보 위주의 대출을 하던 데서 벗어나 성장성과 가능성을 보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될성부를 떡잎을 알아보는 뱅커들의 시야도 웬만한 VC 이상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지분투자를 통해 은행은 향후 투자금 회수뿐 아니라 실리콘밸리처럼 기업의 성장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66조4,95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조원이나 증가했다. 건수는 2017년 11월 29만6,182건에서 38만4,562건으로 9만건 늘었고 평가액도 같은 기간 84조5,935억원에서 113조7,28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보증·대출·투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매니지먼트(관리) 중심에서 리스크테이킹을 더 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당장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익이 크게 나지 않아도 은행의 보수적인 문화가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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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기술금융 활성화는 세밀한 심사평가를 위한 내부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기술신용평가사 자격 취득과 기술대학원 연수를 지원하는 등 기술신용평가(TCB)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사·변리사·기술사 11명, 연구원 4명, 기술평가업무 종사 경력자 5명 등의 자체평가 전문인력과 함께 펀드 결성 및 간접투자 등으로 기술금융 기반 중소벤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내부에 투자전담팀인 신성장벤처지원팀을 신설했다. 또 하나금융그룹 관계사 간 협업을 통한 투자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창업벤처투자협의회도 가동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펀드를 포함해 올해 혁신모험펀드에 1,000억원을 간접 투자하고 자체투자용 TCB 평가모형을 개발해 TCB 신용대출 지원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의 50% 이상을 기술금융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직간접 기술금융 투자와 함께 신한금융그룹 창업벤처지원 펀드 1,000억원 출자 조성 및 VC가 운용하는 벤처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기술금융 내부인력 양성으로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 신용평가에 기술평가를 접목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기술평가위원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또 기술평가 시 동업종 대비 대·중·소 평가항목의 기술순위 정보를 10구간으로 제공하는 기술순위정보 시스템(K-TRI)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실험이 보편화하려면 정부의 기술금융 실적 위주라는 줄세우기식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는 비중도 여전히 높다는 점은 문제”라며 “대출심사 시 기술평가의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질적 평가 중심으로 대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압적인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기보다 시장에 맡기면 오히려 은행들이 기술력은 좋지만 자본력이 약한 기업들에 대한 모험적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이다.
/황정원·김기혁·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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