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뱅가드그룹 창립 보글 전 CEO 89세로 별세

■워런 버핏도 존경한 '인덱스 펀드 창시자'

'수수료 절감' 철학에 기반

투자자 권리증진 기여 평가

버핏 "수백만명 부담 덜어줘"

평생 심장병으로 고생했지만

세계최대 뮤추얼펀드 이끌어

인덱스 펀드 창시자인 잭 보글 뱅가드 그룹 설립자. /블룸버그인덱스 펀드 창시자인 잭 보글 뱅가드 그룹 설립자. /블룸버그



지수의 움직임과 연동해 수익을 내는 ‘인덱스 펀드’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을 설립한 월가의 거물 원로 투자자 잭 보글 뱅가드그룹 창업자가 별세했다. 향년 89세.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보글이 노환으로 고생하던 중 암에 걸려 투병하다 이날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여섯 차례의 심장마비를 겪으며 지난 1996년 심장 이식 수술까지 받았을 정도로 건강이 그리 좋지 못했다.


보글은 인덱스 펀드 창시자로 유명하다. 인덱스 펀드는 말 그대로 시장지수(인덱스)를 따라가는 펀드다. 수동적이라는 의미에서 ‘패시브 펀드’라고도 한다. 시장 평균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같은 액티브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싸고 안정적이라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상품이다. 보글은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소개된 자신의 저서 ‘상식적인 투자에 관한 소책자(The Little Book of Common Sense Investing)’에서 “수수료 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상장주식을 모두 소유하는 것이 최선의 투자전략”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출현으로 투자자들은 전문 펀드 매니저에게 지급되는 높은 수수료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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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주주총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글과 인덱스 펀드를 치켜세울 정도였다. 버핏은 보글이 인덱스 펀드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줬다고 극찬하며 자신이 죽은 뒤 아내에게 남길 돈의 대부분은 뱅가드그룹의 인덱스 펀드에 투자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뱅가드그룹을 이끌고 있는 팀 버클리 최고경영자(CEO) 역시 “보글은 전체 투자 산업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그의 아이디어는 우리의 투자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WSJ는 “30년 넘게 투자자의 권리 및 금융시장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십자군”이라며 “미국 투자자들은 최고의 지원군을 잃게 됐다”고 애도했다.

1929년 5월 미국 뉴저지주 몽클레어에서 태어난 보글은 대공황 당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이후 장학금을 받고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으로 학위를 받은 그는 웰링턴펀드에 입사했고 회장직까지 맡았다. 하지만 당시 웰링턴펀드와 손다이크, 도란, 페인 앤 루이스라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가 해고됐고 1975년 세계 최대의 뮤추얼 펀드(유가증권 간접 투자상품) 기관인 뱅가드를 설립했다. 이후 1996년까지 약 20년간 CEO를 맡았다. 뱅가드는 전 세계 170개국에서 2,000만명의 투자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현재까지 운용 자금만 5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글의 개인 재산은 8,000만달러(약 896억원)에 달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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