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바이오 헬스 최고위 혁신과정이 열린 서울 강남구 도곡동 KAIST 캠퍼스 강의실. 다소 동떨어진 이력을 가진 인물의 등장에 참석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장재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였다. 바이오 헬스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참여한 법조인은 장 변호사가 유일했다. 인수합병(M&A) 법률 전문가가 바이오 헬스 전문 과정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18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만난 장 변호사는 “최근 한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을 보면 대부분이 바이오주다. 이런 이유인지 2~3년 전부터 바이오와 관련된 법률자문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법률가로서 일종의 ‘외도(外道)’를 걷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국내외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M&A 전문 변호사다. 지난 2010년 시작해 8년간 진행된 우리은행 지분매각은 2015년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법 분야 최고 혁신 로펌상을 받았다. 규제가 촘촘한 지주회사 체제를 피해 회사를 분할·합병·전환 등의 절차를 거쳐 매각한 사례로 거래 구조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창의적이고 복잡하다는 게 수상 이유였다. 아시아 무대에서 국내 로펌이 상을 받은 게 이례적이라 당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최근에는 SK E&S가 파주에너지 지분 49%를 태국 국영기업인 EGCO에 9,000억원에 매각하는 법률 자문을 맡았다.
장 변호사가 바이오 분야 공부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M&A 시장 트렌드 때문이다. 그는 “대우·현대증권 인수자문에 참여했던 2015년과 2016년은 증권사들의 몸집 불리기가 이슈였고 그 이후에는 결제시스템의 변화와 자산운용의 중요성으로 중소형 증권사 M&A로 바뀌었다”며 “2017년과 2018년에는 중소·중견기업의 개인 대주주 지분매각 건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M&A 시장도 트렌드와 붐이 있는데 2~3년 전부터는 바이오”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과 SK뿐만 아니라 코오롱그룹을 비롯해 이수화학 등 화학 기업도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태양광으로 유명한 OCI도 지난해 7월 바이오 사업부를 신설했다.
바이오 M&A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우리 산업의 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장 변호사는 “삼성과 SK가 위탁생산(CMO) 전략을 세웠는데 반도체 회사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하더라”라며 “성공하면 이익도 생기지만 신약 투자 의뢰도 많이 들어올 수 있다. 네임밸류도 있고 생산능력·자금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좋은 신약 후보 물질을 가진 회사들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변호사는 최근 봇물 터지듯 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아웃바운드 딜(Out-bound)은 ‘합병 후 통합(PMI)’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그는 “2005~2010년 국내 기업의 해외 M&A가 있었지만 유럽 등에서 사들인 기업들이 실적이 좋지 않아 이후 4~5년간 침체기를 겪었다”면서 “앞으로 큰 규모의 아웃바운드 M&A가 더 활발해질 것이며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PMI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