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보다 수익률 제고 더 급하다

지난해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18일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2018년 연간 수익률은 -1.5%(추정치)를 기록했다. 연간 단위로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금을 까먹었다는 얘기다. 이는 캐나다연금 등 세계 6대 연기금 중 꼴찌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1년 전인 2017년 수익률(7.26%)과 비교하면 추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여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춰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어 걱정이다. 이런 지경이 된 것은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이 미흡해 정부 입김에 휘둘리는데다 연봉이나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국내외 투자전문가 영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기금운용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 위원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 차관, 민간위원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자들로 구성돼 있다. 정부와 이해관계자의 간섭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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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본부 위치도 문제다.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지방에 있다. 3년 전 황당한 정치 논리로 서울에서 전주로 이전했다.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수도나 금융 허브가 아닌 곳에 운용본부를 둔 곳은 거의 없다. 그 사이 수십명의 운용인력이 떠났다. 유능한 전문가가 빠져나가기만 하니 수익률이 오를 리 있겠는가. 연금 운용수익률이 매년 1%포인트만 떨어져도 기금 고갈이 5년 앞당겨진다고 한다. 반대로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보험료를 2%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연금을 개혁한다면서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익률 개선보다는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면서 기금을 동원해 복지를 늘리고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강화)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국민 노후자금을 안정성·수익성이 아닌 정권의 정책실현에 활용하는 데 골몰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정부는 기금수익률을 지금처럼 방치하면 연금 고갈 시기만 앞당겨질 뿐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운용위원회 독립성 확보와 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등 수익률 제고에 필요한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 극대화로 국민 노후가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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