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S머니]500만원짜리 TV 살때, 할부 수수료만 20만원 더 낼판

<쪼그라드는 카드 혜택...소비자는 부글부글>

자영업자 위한 수수료인하 강행에

카드사 무이자 혜택 등 잇단 폐지

가전 많이 사는 신혼부부 '직격탄'

항공 마일리지 적립도 사라질 듯

# 직장인 최모(37)씨는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지 고민하고 있다. 기존에 주로 쓰던 카드로는 올해부터 대형마트에서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돼서다. 최씨는 “평소에 장 볼 시간이 없어 한 달에 한 번 마트에 가 물건을 사는데 최소 20만원어치씩 결제하는 편이라 일시불로는 부담이 크다”면서 “무이자할부가 가능한 다른 카드를 신청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나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 축소에 나서면서 올해부터 카드 혜택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좋은 혜택으로 유명한 ‘알짜카드’도 잇따라 자취를 감추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 등 8대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법인카드 제외) 할부 이용 규모는 76조2,908억원을 기록했다.


할부 이용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 88조5,829억원을 기록한 뒤 2017년에는 95조9,93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18년 한 해 동안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다 보니 무이자할부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크게 늘었다. 8대 전업 카드사의 총 무이자할부 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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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결제 등 신용판매 사업으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며 무이자할부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롯데카드가 상시적으로 제공하던 업종별 무이자할부 혜택을 특정 기간으로만 축소하는 전략을 택하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무이자할부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가전제품과 같이 가격대가 높은 물품을 구입할 때 부담이 확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할부 수수료율로 연 4.2~21.8%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500만원 상당의 벽걸이형 프리미엄 UHD TV를 12개월 할부로 산다고 가정할 때 할부 수수료로만 최소 2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특히 TV나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1,000만원대 가전을 한꺼번에 구입해야 하는 신혼부부의 경우 할부 수수료 부담은 더 절실한 현실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이익을 보는 자영업자는 연간 매출 300억원의 대형마트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다 할부 수수료 혜택을 받아온 소비자들의 불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다.

더 문제는 무이자할부에 이어 알짜카드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18일부터 카드사들이 포인트 할인 등 일정 혜택을 3년 이상 유지해온 카드의 서비스를 줄일 수 있게 돼서다. 2016년 초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3년 이상 약관을 유지한 상품 중 부가서비스가 회사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다.

최근 카드사들이 가장 활발하게 축소 중인 혜택은 항공 마일리지와 통신비 할인이다. 그동안 항공사와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혜택이 마일리지와 통신비라는 점을 이용해 카드사로부터 과도한 마케팅비를 받아내며 ‘갑 중의 갑’인 가맹점으로 군림해왔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고객 감소를 감수해서라도 마케팅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이 잇따라 혜택 축소에 나서자 실속을 챙기는 이른바 ‘체리피커’ 소비자들은 움직임이 바빠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알짜카드가 단종되면서 개인사업자인 친척의 명의로 사업자카드를 발급받는 편법행위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가 카드를 단종시켜도 결제액이 상대적으로 큰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발급해준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드 혜택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소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소비가 위축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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