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C씨는 최근 목에 이물질이 있는 듯한 느낌과 마른기침이 심해져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져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했다. 기침은 위산 역류 과정에서 인두가 자극을 받아 유발되는데 만성 기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역류성 식도염 등 위·식도 역류병은 위·식도의 경계에서 여닫이문 역할을 하는 ‘하부식도 괄약근(조임근)’의 조절 기능이 약해지거나 위장 기능이 저하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괄약근은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을 먹거나 트림을 할 때만 열린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생활습관이나 중년 무렵 괄약근의 조절 기능이 약해지면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강산성인 위액이나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지난 2017년 위·식도 역류병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약 428만명 중 75%가 40대 이상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방치하면 식도에 염증·궤양을 일으키고 목·상복부·가슴이 화끈거리고 답답해지며 타 들어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잠을 자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기름진 식사, 과식·야식 후 2~3시간 안에 눕거나 잠을 자는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 운동부족, 과도한 음주·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위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면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무르게 돼 위 내 압력이 올라가 위액,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게 된다. 식도의 연동운동 감소, 위산 과다분비, 탄산음료·커피 등도 역류 증상을 악화시킨다.
역류성 식도염은 초기에 위산분비억제제(PPI)를 4~8주 정도 복용하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식습관·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자주 재발해 만성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위산분비가 억제돼 위장관이 안 좋은 균에 감염되는 등 부작용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김동우 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려면 체중감량, 식후 적어도 2~3시간은 눕지 않기, 금연, 금주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며 “식도염이 장기화될 경우 식도 아랫부분이 위점막 조직 같은 ‘바렛 식도’로 변질돼 식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약물 부작용이 심하거나 나이가 젊은 경우 수술을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식도가 좁아져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지면 내시경으로 식도를 넓히는 시술 등을 받아야 한다.
박성수 고대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식도로 역류하는 위산량을 약으로 줄일 수 있지만 음식물의 역류까지 막지는 못한다”면서 “식도와 가까운 위쪽 위 일부로 하부 식도를 360도 감싸준 뒤 수술실로 꿰매주는 항역류 수술로 하부식도 괄약근의 힘을 보강하면 위·식도 역류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