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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풍수...부와 권력의 이정표인가, 미신인가

'광화문 대통령 시대' 무산 맞물려

유홍준 위원장 풍수 발언으로 논란

선거철 정치인 명당에 조상묘 이장

기업 중요한 경영판단 기준 되기도

"모든 책임은 사람에게...맹신 금물"




“대통령 관저가 풍수상 불길한 점이 있어 옮겨야 한다.”

유홍준 광화문위원장이 최근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철회를 발표하면서 한 언급이 새해 벽두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풍수를 이유로 대통령 관저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전 문화재청장이자 학자의 입에서 나온 데 대한 비판이 크지만 풍수가 비단 과거의 유물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주요 가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풍수지리는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건너온 후 미신과 과학의 중간영역에서 우리의 의식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일수록, 재력가일수록 풍수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요즘은 정치풍토가 바뀌면서 미신을 믿는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드러내놓고 이장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야권의 유력 잠룡 중 한 명이 얼마 전 조부 묘를 이장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풍수전문가 손건웅씨는 “과거 대통령 꿈을 꾼 정치인치고 이장을 안 한 경우가 드물다”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사람을 시켜 암암리에 좋은 묏자리를 알아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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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명당에 대한 권력자들의 믿음은 뿌리가 깊다. 김대중·이회창·김종필·이인제·김덕룡·한화갑 등의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선영을 옮겼다. 실제 이유가 무엇이었든지간에 세간의 평가는 대권을 겨냥했다는 것이었다. 더 멀리로는 조선시대 흥선대원군이 충남 예산 가야사 터가 ‘왕을 내는 자리’라는 명당이라는 말을 믿고 아버지 묘를 이장한 일이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명당’을 보면 그때는 왕가뿐만 아니라 권세가들도 길지로 알려진 묫자리를 서로 뺏고 뺏기는 등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재력가들의 풍수 사랑도 만만치 않다. 과거 주요 그룹 총수들은 선영뿐만 아니라 사옥, 공장 터와 같은 중요한 경영판단도 풍수를 고려해 결정하기도 했다. 문이나 책상의 위치, 내부 마감 자재 등 사무실 인테리어는 기본이다. 한 풍수 전문가는 “첨단산업의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도 풍수에 흥미 이상의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력자와 재력가들이 풍수를 탐닉하는 이유는 ‘운칠기삼’도 아닌 ‘운칠복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상일이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풀리지 않아서다. 그래도 풍수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청와대를 옮겨야 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최근 소설 ‘대명당’을 출간한 이우영 정통풍수지리연구회 회장은 “제아무리 풍수지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도 심안(心眼)이 깨어 있지 않으면 눈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했다.

이처럼 풍수 전문가들은 결국 책임은 사람에게 있지 땅에 있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흉지론’을 처음 공론화한 것으로 알려진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청와대 터가 좋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구중궁궐 안이어서 지리적으로 민심과 괴리되기 쉬워서이지 터가 나빠서가 아니다”라며 “풍수는 매우 주관적인 학문인데 이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인간이 대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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