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국내정치 궁지몰린 트럼프…핵동결에 주한미군 감축 나설수도

[2차 북미회담 'CVID 빠진 담판' 되나]

트럼프, 김영철 만나 90분간 면담

셧다운 좌불안석에 명분 쌓기 관측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이끌지 의문

한국은 '디테일의 악마' 빠질수도

2115A02 북미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앞줄 오른쪽 세번째)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주 보며 대화를 하고 있다. /댄 스캐비노 국장 트위터 캡처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앞줄 오른쪽 세번째)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마주 보며 대화를 하고 있다. /댄 스캐비노 국장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지만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는 도출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건설적인 대화’였다고 표현했지만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 동결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좋은 만남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협상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짧은 회담 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직거래’를 시도했다. 현재로서는 북미가 실무협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톡홀름 실무회담에서 모든 핵 폐기가 아닌 기존 핵 동결에 그치면서 한국으로서는 ‘디테일의 악마’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방정부 셧다운’ 등 복잡한 정치상황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 폐기 등만 챙기는 ‘스몰딜’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영철, 트럼프와 직거래=김 부위원장이 묵은 숙소인 워싱턴DC의 듀폰서클호텔은 18일 오전부터 긴장감에 휩싸였다.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이 시작된 시간은 오전11시. 북미 양측 대표단은 회담 시작에 앞서 미소를 지으며 촬영에 임했지만 악수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50분가량의 짧은 고위급회담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차량은 곧 백악관으로 향했다.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기념촬영이나 친서 공개는 없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90분간 김 부위원장과 면담했다”고 전했다. 순차 통역을 고려하면 대화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이후 숙소로 돌아와 폼페이오 장관과 9층 연회장에서 90분간 늦은 오찬을 하며 회담을 진행했다. 오찬 이후에는 북미 실무진 간의 협상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오후6시를 넘겨서야 호텔을 빠져나오면서 “좋은 논의를 했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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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동결하나=김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실무·고위급 협상을 통해서는 좁히기 힘든 북미 간 이견에 대해 결단을 내려주기를 촉구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과의 짧은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행한 것은 결국 ‘톱다운’ 방식의 담판에 북한이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내걸었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 등을 다시 한 번 미국에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이 민감해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또는 해외 반출 카드를 꺼내 들었을 수도 있다. 미국이 이 같은 북측의 카드를 받는다면 당연히 상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북한이 기대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종전선언과 함께 상설적인 북미 간 대화채널 구축, 남북경협 제재 면제 등이 꼽힌다. 경우에 따라서는 쇼맨십에 탁월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언급할 수도 있다. 결국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과제로 남겨두고 북미 정상이 서로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스몰딜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비핵화에 관해 많은 진전을 이뤘고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도 “회담은 생산적이었다”며 “미국은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빠진 다분히 원론적인 입장이다.

◇김영철 신중한 행보=김 부위원장은 이번 방미에서 동선을 최소화하고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었다. 뉴욕을 방문한 지난해 5월의 과감했던 대외 행보와는 대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90분가량 면담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틀 내내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에 머물렀다. 공개적인 저녁 일정도 잡지 않았다. 워싱턴에 입성한 첫날에도 호텔로 직행했고 공식 만찬이 없었다. 7개월 전 방미가 북미회담 자체를 성사시키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 2차 회담의 경우 ‘실질적 담판’에 회담의 성패가 달린 만큼 최대한 ‘로키’ 전략을 취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위원장은 19일 오후 워싱턴DC 인근의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에어차이나 818편을 타고 출국했다./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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