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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상 "뮤지컬도 축구팀처럼 포지션 조화 필요하죠"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 한지상>

젠틀맨스 가이드서 1인 9역 '다이스퀴스'로 극찬

"장르, 캐릭터 스펙트럼 넓히는 배우 되고 싶어요"

17일 뮤지컬배우 한지상 인터뷰./권욱기자17일 뮤지컬배우 한지상 인터뷰./권욱기자



한지상(사진)은 쉴 틈 없이 일하는 배우다. 지난해 뮤지컬 ‘모래시계’를 비롯해 ‘프랑켄슈타인’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등에 잇달아 출연했다. ‘젠틀맨스 가이드’에서는 1인 9역의 다이스퀴스 역을 맡아 제3회 한국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영국 귀족가문의 상속다툼을 그린 블랙코미디인 이 작품에서 한지상은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상속자들을 제거하는 1인9역의 다이스퀴스 역을 맡아, 그야말로 ‘8색조’의 매력을 한껏 뽐내며 “한지상이 보여주지 못할 역할은 없다”는 극찬을 받았다.

20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지상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수상의 기쁨과 함께 이제는 다이스퀴스를 떠나 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이 뒤 섞인 듯 복잡해 보였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그는 “팀에게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며 “혹시라도 다음 시즌에 참여하게 된다면 좀 더 발전시켜 보고 싶은 욕심이 나요. 모든 면에서 이 작품이 앞으로 더 잘 되기를 바랍니다”라며 작품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도 국내 뮤지컬에서는 낯설지만 1인 9역 역시 그동안 만나보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물론 한지상은 ‘프랑켄슈타인’에서 1인2역(앙리와 괴물)을 맡아 ‘앙리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한 무대에서 극과 극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했지만 1인 9역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고 했다. “장르의 다양성을 통해 제 연기뿐만 아니라 뮤지컬계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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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뮤지컬배우 한지상 인터뷰./권욱기자17일 뮤지컬배우 한지상 인터뷰./권욱기자


이어 여전히 빠져 있는 1인9역 다이스퀴스에 대해서 ‘한지상이라는 창조주’가 만들어낸 피조물인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을 진지하게 이어 갔다. ”저는 1인9역의 시작인 ‘골반맨’부터 천시까지 모든 캐릭터를 똑 같이 다 사랑했어요. ‘골반맨’(에스퀴스 주니어)은 특유의 향락과 유흥에 젖어 사는 한량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골반을 돌리면서도 허리춤을 출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그리고 에제키엘 신부는 영롱한 미적 취향에만 젖어서 그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오조오억’개의 습관을 통해 ‘오조오억’의 뉘앙스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에덜버트 백작은 게임의 왕인 것처럼 모든 것을 포괄하고 (다이스퀴스) 가문을 대표하는 묵직한 파괴력을 말이죠. 다른 인물들은 단편적으로 이해가 되는 캐릭터라면, 에덜버트 백작에게는 서사와 굴곡 그리고 감정이 있는 나름 입체적인 인물이에요. 헨리(시골 대지이자 양봉 마니아)의 경우는 무지가 숙청의 이유가 돼요. 헨리의 무지할 정도로 순수한 바보 같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똥연기’를 일삼는 레이디 살로메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머리를 싸매고 ‘똥연기’ 스타일을 개발해서 한국식으로 신선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천시(청소부)는 가장 ‘노멀’하게 연기했어요. 다른 캐릭터들은 다 어딘가 한심한 부분이 있고, 어불성설인 귀족이라며, 천시는 생각도 소박하고 서민적이죠. 호흡도 아무 것도 주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연기했어요. 천시는 환경이 얼마나 인간을 지배하는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에요. 정상적으로 자랐지만 환경 때문에 정상적인 것이 악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17일 뮤지컬배우 한지상 인터뷰./권욱기자17일 뮤지컬배우 한지상 인터뷰./권욱기자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그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팬들에게 귀여움(?)을 받았는데 막상 만나보니 굉장히 진지했고, 의식의 흐름의 끝은 모두 연기와 캐릭터 분석으로 귀결될 만큼 ‘워커홀릭’이었다. 실제 성격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많이 진지하지만 발칙한 상상을 하기를 좋아한다”며 1인9역의 다이스퀴스의 캐릭터들을 만들던 때에 대해 이야기했다. “1인9역 하면서 아홉 명이 나오는 스포츠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축구를 생각했어요. 물론 축구는 11명이 하지만요. 캐릭터들로 포지션을 꾸리는 거에요. 슈팅은 누가 하고, 미드필더로는 어떤 캐릭터를 하고, 골키퍼는 누구로 하고. 이런 포지션들이 합체가 됐을 때 좋은 작품이 나와요. 다양한 포지션들이 조화를 이루는 합주 같은 게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또 한지상은 꾸밈이 없었고, 무엇이 좋고 싫은지에 대한 이유가 구구절절하지 않은 담백한 사람이었다. 쉴 새 없이 일하지만 가끔 쉴 때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보고싶은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를 해요. 저는 그냥 심심하게 사는 사람이에요. 일터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안 하는 게 속 편해요. 그리고 너무 중독될 것도 같아서 안 해요.” 올해의 계획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계속 일을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지상의 올해 첫 작품은 2월14일 개봉하는 영화 ‘메리포핀스리턴즈’다. 그는 국내 더빙판에서 메리 포핀스의 조력자이자 점등원 잭을 연기한다. 사진=권욱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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