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각] 불붙는 온라인 유통전쟁

이재유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해부터 유통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다. 막강한 오프라인 경쟁력을 갖춘 롯데와 신세계가 조 단위의 투자를 밝힌 가운데 ‘한국의 아마존’을 외쳐온 e커머스 업체 쿠팡이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신세계는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SSG닷컴을 신설했고 뒤이어 8월 롯데가 e커머스사업본부를 발족하며 5년간 온라인에 3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화점·복합쇼핑몰·할인점·슈퍼마켓·아웃렛·편의점 등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옴니채널’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쿠팡이 지난해 11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의 투자를 받으며 상황이 약간 복잡해졌다. 당분간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롯데·신세계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현재로는 롯데·신세계·쿠팡 등이 만들어낼 경쟁구도는 과거 소셜커머스 업계의 출혈경쟁보다 더 치열한 ‘유통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는 미국 ‘유통공룡’ 아마존에 대항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월마트의 사례가 언급되고 있다. 매출 기반 성장에 집중했던 아마존과 쿠팡이 닮아 있고 이를 벤치마킹하는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와 롯데·신세계의 행보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마트가 다양한 유통·정보기술(IT) 업체와의 연계 파트너십, 플랫폼 기술·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잘 알다시피 아마존은 이미 지난 2015년 시가총액 기준으로 오프라인의 강자 월마트를 뛰어넘었고 특히 온라인 쇼핑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하는 거대한 유통기업이다. 여전히 월마트가 갈 길은 멀지만 현재의 방향성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이다. 온라인 스타트업 제트닷컴에 이어 5곳의 업체를 추가로 인수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재고가 없으면 바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게 하는 등 온·오프라인 연계전략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감지된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인력이 빠듯한 오프라인 유통 업체, 오프라인 물류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지만 투자 여력이 없는 e커머스 업체 사이에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커머스와 코리아센터의 합병이 무산된 것처럼 양사의 이견을 좁힐 결정적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아마존처럼 과감한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고 시어스백화점이나 토이저러스처럼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아니면 다양하고 저렴한 자체 브랜드(PB)를 앞세운 글로벌 HDS ‘알디’, 농촌에서 경쟁력을 과시하는 할인점 ‘달러제너럴’, 발 빠른 소비자 수요 대응으로 경쟁력을 따낸 슈퍼마켓 ‘크로거’처럼 틈새를 파고들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그리고 시장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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