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중국 상하이 금융중심지 루자쭈이. /연합뉴스중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급속한 경기 둔화라는 양대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잠정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6%다. 작년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90조309억위안(약 1경4,910조원)이다. 작년 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6.5%가량’의 목표는 달성했다. 그러나 중국 성장률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건의 여파로 중국 경제에 큰 대내외적 충격이 가해진 1990년 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날 발표된 작년 경제성장률은 블룸버그가 파악한 시장 예상치와는 맞아떨어졌다.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6%로 최고조를 찍고 2011년 9.5%, 2012년 7.9%, 2013년 7.8%, 2014년 7.3%, 2015년 6.9%, 2016년 6.7%, 2017년 6.8%로 내림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한 작년에도 중국의 경기 둔화 추세는 뚜렷했다. 작년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1분기 6.8%에서 2분기 6.7%, 3분기 6.5%, 4분기 6.4%로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4분기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6.4%)와 같은 값이다.
중국 정부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구가해온 두 자릿수 고속 성장기를 지나 질적 경제 발전을 추구하면서 경제성장률을 현실화하는 ‘신창타이’(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연간 경제성장률이 7%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이날 “온중구진(안정 속 발전)의 총 기조를 바탕으로 높은 질적 발전을 견지한 가운데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며 “국민 경제 발전이 합리적 구간 속에 있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렇지만 미국과의 전방위적 갈등으로 대외 환경이 악화하고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2%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3%로 전망했다. 반면 UBS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무역 전쟁이 극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친다. 일각에서는 무역 전쟁 장기화 등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제시됐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의 3대 경제성장 엔진으로 불리는 투자, 소비, 수출 지표가 동반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경제 위기의 잠재적인 뇌관으로 지목된 부채 문제에 관한 우려도 커졌다. 이날 발표된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면서다.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8.2% 증가해 전달 증가율 8.1%보다는 미미하게 올랐지만 여전히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작년 1∼12월 누적 고정자산투자 역시 5.9%로 중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부양 움직임에도 관련 통계가 있는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던 1∼8월 증가율 5.3%에서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중국 안팎에서는 올해 중국 정부가 3월 열릴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를 통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작년보다 낮은 6%대 초반으로 설정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최근 들어 위기의식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한 중국 지도부는 경기 둔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중국은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 투자 등 적극적 재정 정책을 통한 부양책에 나서는 한편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면서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