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유휴인력' 논란 부담됐나...국민銀노조 2차파업 철회

노사 페이밴드 놓고 막판 협상

"임단협 타협 초읽기" 분석도

KB국민은행 노조가 ‘귀족노조의 파업’이라는 여론 비판에 밀려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로 예정했던 2차 파업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8일 국민은행 노조가 하루짜리 1차 파업을 하던 날 9,000여명(노조 추산)이 참가했지만 큰 혼란 없이 넘어가면서 역설적으로 ‘유휴인력’ 논란이 불거진데다 현장 직원들도 고객 이탈 우려를 제기한 것이 파업 철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노사는 최근 잠정합의서를 교환했고, 조만간 임금단체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집행위원회를 열고 2차 파업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노조가 예정했던 2차 파업은 가계나 기업의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설 연휴 직전이라 1차 때와는 다른 창구 혼선이 우려됐다. 하지만 1차 파업 당시 고객들 대부분이 모바일이나 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송금이나 대출 등을 무리 없이 해결하면서 2차 파업도 별 탈 없이 굴러갈 경우 노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더구나 현장 창구 직원들의 경우 연속적인 파업에 따른 고객 이탈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이 국민 정서와 멀어져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 파업 동력을 급격히 상실하게 한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은행은 일단 최악의 고비는 넘겼으나 노조가 3~5차 파업계획에 대해서는 결정을 유보하면서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타결이 가까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이 2차 파업계획 철회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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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노조의 2차 파업 철회로 임단협 타결이 초읽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18일 핵심 쟁점에 대한 임단협 잠정합의서 초안을 마련했다. 잠정합의안에는 임금피크 진입 시기, 전문직무직원 무기계약직 전환, 점포장 후선보임, 최하위 직급(L0·레벨0) 전환 직원 근속연수 인정, 신입행원 페이밴드(호봉상한제) 등 예민하고 노사 입장 차가 명확했던 핵심 쟁점들이 모두 담겨 있다.

특히 합의안에는 ‘노사는 인사제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L0로 전환된 직원의 근속연수 및 페이밴드를 포함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한다. 다만 2014년 11월1일 이후 입행한 직원에 대한 페이밴드는 새로운 급여체계에 대한 합의시까지 유보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하지만 허인 국민은행장은 기한이 없어 사실상 페이밴드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문구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도 신청한 상태다. 1차 사후조정 회의는 23일, 2차는 28일로 예정됐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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