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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캠페인] 伊 폐쇄병동 아닌 열린 정신보건센터 도입...日 마음병 환자에 맞춤형 일자리 제공

■선진국은 어떻게 관리하나




이탈리아의 정신과 의사 프랑코 바살리아는 지난 1971년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한다. 당시 이탈리아 정신병원의 실태는 수용소와 다를 바 없었다. 결박은 물론 전기충격 요법, 인슐린 쇼크 요법까지 사용됐다. 바살리아는 그가 재직하던 산조반니병원에서 ‘자유로운 입출소’ ‘환자 간 파티’ ‘병원 마당 개방’을 추진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해 1978년 이탈리아에서는 1998년까지 국립정신병원 전체를 폐원하는 내용을 담은 ‘바살리아법’이 제정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국립정신병원을 없애는 대신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전국에 정신보건센터를 설치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센터는 마음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찾으면 언제든지 전문가들이 상담에 응하며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 굳게 닫힌 채 보호자의 퇴원 승인만을 기다려야 하는 국내의 폐쇄병동과 다르다.

영국은 ‘독립적인 정신건강 지원(IMHA)’ 서비스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법에 따른 권리를 이해하고 행사하도록 지원한다. 이 서비스는 ‘동료지원가’를 통해 당사자들이 왜 병원에 있는지 설명하고 입원 및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에 당사자가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당사자와 의료진 간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


호주는 1986년 정신병원 입원환자가 치료 도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신보건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1993년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가 채택되고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정신장애인이 사회에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조치가 시행됐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국가장애보험제도(NDIS)를 도입해 기관이나 시설에 주던 장애인 예산을 장애인 본인에게 주는 식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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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베델의 집’ 사례는 마음병 환자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약함을 인연 삼아’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각자의 능력에 맞는 일터가 제공되는 이곳에는 ‘편견·차별 환영’ ‘환청을 환청씨라 부르자’ ‘공사 혼동 환영’ 등의 모토를 통해 병과 더불어 사는 모델을 보여준다. 지역 특산물인 다시마를 말려 포장하는 일부터 국수 만들기, 해운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데 ‘이익이 없어도 좋다’는 모토와 다르게 매출이 8억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보건예산 중 정신보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3%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전체 보건예산 중 정신보건에 5~18%를 지출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유럽 등에서는 정신질환 치료의 90% 이상을 공공의료가 맡고 있지만 한국은 2~3%에 그치고 있다.

국민 1인당 정신보건예산 역시 44.8달러로 선진국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이 예산 중 대부분은 민간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지원된다. 이 때문에 병원은 정신질환자의 퇴원을 꺼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내 정신질환자의 평균 재원기간이 247일로 이탈리아(13.4일), 스페인(18일), 독일(24.2일), 영국(52일) 등과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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