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글로벌 뉴스메이커]"화웨이 보이콧 계속땐 감원해야"...꼬리내린 런

■자신감 내비쳤던 런정페이 회장 태도 돌변

"5G서 우리 배제하면 어려움"

직원에 "감원 불가피" 이메일

서방 보이콧 사태 심각성 경고

美의회, 수출금지 법안 마련 등

트럼프 압박 가속에 위기 느낀듯

2215A12 신비상인




화웨이 로고/로이터연합뉴스화웨이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회장이 화웨이 장비에 대한 세계적인 보이콧이 계속될 경우 결국 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따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방국가들도 결국 자사 제품을 쓰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런 회장이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 회장이 지난주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화웨이 장비에 대한 세계적인 보이콧이 계속되면 감원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감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런 회장은 “더 많은 나라가 차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사업에서 우리를 배제하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만 최근 지정학적 위기로 화웨이가 어려움을 맞고 있다. 최종적인 승리를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은 도려내야 하고, 이제 조직 간소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며칠 전 런 회장이 중국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와는 상반된 것이다. 앞서 런 회장은 17일 인민일보 등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화웨이가 오늘 직면한 문제는 10여년 전에 예견됐던 것”이라며 “완전히 급작스럽게 당해 이런 국면에 대응할 준비를 하지 못한 게 아니다”라며 10여년간 이 문제를 준비해왔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을 중심으로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5G 통신장비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고 마이크로파 기술도 가장 앞서 있다”면서 “소수의 지역에서 거부하는 것이다. 세계는 매우 크다”며 큰 우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화웨이 측이 추정한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1,085억달러(121조5,200억원)이며 런 회장이 올해 세운 매출 목표는 1,250억달러에 달한다. 전방위 압박에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했다.

외신은 서방국가의 화웨이 제품 퇴출 움직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규제로 인해 본격적으로 손발이 묶이면서 화웨이에 대한 런 회장의 걱정스러운 속내가 메일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FT는 지난해 11월 런 회장은 회사 내부 세미나에서 “5G는 4G와 같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곳곳에 큰 폭발이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18만명의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며 1년에 임금·배당 등에 300억달러를 써야 한다”며 우려했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화웨이의 공세를 막기 위한 서방국가의 방어막이 만만치 않은데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신의 딸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까지 캐나다에서 체포되자 구조조정이라는 카드가 불가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화웨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으며 미 의회에서도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기업들에 미국이 반도체와 중요 부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에 앞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사업협력 관계에 있던 미국 T모바일 등으로부터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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