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대박과 '신기루' 사이...기술수출 두 얼굴

작년 5.3조 규모 신약 기술수출로

잠재력 입증 K바이오 시대 열었지만

시판까지 성공한 사례 아직 없어

임상·상용화따라 수익도 천차만별

"계약금 높이고 파트너 신중 선택을"

2215A17 2018년 이후 바이오제약업계 기술수출 내역



연초부터 국내 제약사의 신약 후보물질이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됐다는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수년째 집중된 신약개발 및 후보물질 확보의 결실이지만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상용화까지 이어져 ‘잭팟’을 터뜨리기 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2015년 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기술수출 붐이 일었지만, 아직 이들 중 시판까지 이어진 사례는 아직 한건도 없다. 게다가 상용화에 실패할 경우 가능성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헐값에 글로벌 제약사에 넘겨버리는 꼴이 된다.

이 때문에 제약·바이오업체들은 기술수출 과정에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의 규모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기술을 이전할 파트너들을 고르는데도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11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총 계약 금액은 5조3,623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비롯해 불과 한 달 만에 5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K바이오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올해도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 열풍이 뜨거워 3주동안 3건의 기술이전계약이 성사됐다. 이 중에는 아직 임상단계에 들어가지 않은 물질도 있었다. 잠재력만으로 거액의 기술수출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기술수출에 성공한 토종 신약후보물질 중 상용화에 성공한 물질은 아직 없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2년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달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것이 상용화에 제일 근접한 상황. 한미약품은 내년 상반기에 품목 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수출계약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로열티로 구성된다. 계약금은 계약과 동시에 국내 제약사가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한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 개발을 포기하더라도 반환 의무가 없다. 대략 계약 총액의 10% 내외이나 신약후보물질의 개발 단계에 따라 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단계별 마일스톤은 임상 단계 진행 및 상용화 성공에 따른 성공보수이며 로열티는 상용화에 성공한 신약의 매출 일부분을 지급받는 것으로 일종의 수익 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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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 성공하고 시판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을 수행했거나 진행중인 9,985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상 1상에 돌입한 신약후보물질이 신약 승인을 받을 사례는 10%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술수출을 추진하는 제약사들은 기술을 이전 받을 제약사를 선정하는데도 많은 공을 들인다. 실제로 상용화 의지가 간절할수록 후보물질을 도입한 글로벌 제약사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실패할 확률 역시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덴마크의 제약사 레오파마에 아토피피부염치료제 ‘JW1601’을 4억2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JW중외제약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JW1601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제약사들 중 레오파마보다 더 큰 회사들도 많았다. 이 중에는 레오파마가 제시한 계약규모보다 더 큰 액수를 제안했던 업체도 있었다. 하지만 ‘후시딘’을 개발한 피부 전문 제약사인 레오파마가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기술수출 파트너로 레오파마를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글로벌제약사들의 개발 포기로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지난 2007년 동화약품은 미국 P&G사와 총 5억 달러 규모의 골다공증치료제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2009년 워너칠콧사에 인수된 P&G전문의약품 사업부가 이 제품의 개발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수출계약은 백지화됐다. 부광약품은 2009년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를 미국 파마셋에 수출했지만, 임상 3상 진행 과정에서 근육병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돌연 임상을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업체가 실제로 받은 금액은 계약규모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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