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가 21일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추가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빙상계에 심석희 선수 외에도 성폭력 피해 사례가 5건이나 더 있고 그중 일부는 올림픽 메달의 젖줄인 한국체대에서 일어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현직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현직 지도자, 빙상인들로 구성된 젊은빙상인연대(이하 연대)는 21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확인된 피해 사례는 심 선수를 포함해 총 6건”이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에 문화연대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던 연대가 이날은 손혜원 의원과 국회를 찾았다. 손 의원은 그동안 빙상계 적폐청산을 목표로 연대와 손발을 맞춰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빙상계에 성폭력 피해 사례가 많지만 대부분 가해자가 어떤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는 가해 코치들이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 휘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성폭력 피해 선수가 전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려 하자 이를 회피하려는 듯한 뉘앙스로 답한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빙상계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전 교수를 적극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가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나 빙상계 적폐의 몸통으로 지목된 전 교수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한 의도를 지닌 경기인과 이에 결탁한 일부 매체, 균형감각을 상실한 사람들까지 가세해 (잘못된) 보도와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전 교수는 “연대의 최근 행동들이 진심으로 빙상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재범 전 코치가 성폭행 추가 의혹이 불거지기 전 연대에 보낸 옥중편지도 ‘거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연대의 누군가가 전명규의 비리를 자신들에게 넘기면 조 전 코치에게 피해자 합의서를 주겠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조 전 코치의 상습폭행 때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막은 게 아니라 나중에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일단 경기력 향상에 집중할 때가 아니냐는 의미로 얘기했고 이를 선수가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연대가 밝힌 성폭력 추가 피해자와 관련해서는 “제가 전부 알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전 코치의 상습폭행 사실도 이전까지는 몰랐다. 네가 어떻게 몰랐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심 선수는 대학 들어와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주로 선수촌에 있어 제가 다 알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인 딸의 대한항공 채용을 도우려 청탁 문자메시지를 보낸 의혹, 빙상연맹 회장사였던 삼성을 등에 업고 전권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