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시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인정받았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손지호 부장판사)는 23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추가로 증인·증거를 조사하고 심층 심문을 한 결과 김씨가 친구를 시켜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의심이 들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유죄 의심이 들긴 하지만 김씨가 살인을 청부한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친구에게는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김씨 친구는 2017년 12월 20일 새벽 2시 40분께 경남 진주 시내 한 주택에서 김씨 어머니(63)를 둔기로 수차례 내려쳐 숨지게 했다. 검경은 김씨 친구로부터 김씨가 범행을 사주했다는 진술을 받아내 두 사람을 모두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7월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검찰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는 실제로 살인을 한 친구의 진술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살인을 청부할 만한 확실한 증거가 없고 어머니를 살해할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김씨가 어머니가 살해되기 전 인터넷으로 ‘복어 독’을 검색한 흔적이 청부살인 간접증거가 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TV 프로그램도 ‘복어 독’ 검색을 이유로 김씨가 유죄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즉흥적인 호기심으로 복어 독을 검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복어 독 검색을 정식 증거로 제출하지 않아 유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