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최근 5년 새 2배 이상 늘자 교육부가 예방교육을 모든 학교로 확산하기로 했다. 학폭에 대해 처벌보다 갈등을 사전예방하겠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23일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 80억원을 투입해 국가 주도 학폭 예방 프로그램 ‘어울림’을 모든 초중고교에 도입하도록 권장하고 지원학교도 800곳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중고등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게 국어·사회·도덕 과목과 연계된 수업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었다”며 “담당 과목 교사 직무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어울림 전문강사 72명을 교원 연수 강사로 선정해 지난해 교장 9,000명에 이어 전국의 교육과정부장과 국어·도덕·사회 과목 교사들에게 프로그램 사용법을 전수할 예정이다. 상세한 프로그램 확대 계획은 오는 2월 안으로 공개된다.
국가 주도로 만든 평화교육 프로그램 어울림은 ‘공감’ ‘의사소통’ ‘갈등 해결’ 등 6가지 키워드로 청소년기 감정을 설명하고 체험활동 위주로 갈등 조정 방법을 제시한다. 고등학생들에게 피해자·가해자·방관자 역할을 나눠 언어폭력을 경험해보도록 하거나 학생자치법정을 열어 학교폭력 사건을 실제로 재판해보는 활동이 그 예다. 학교폭력자치위 심의 건수가 2013년 1만7,749건에서 2017년 3만993건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자 ‘처벌 위주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해자 사후처벌만으로는 교실 평화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덴마크와 스페인 사례를 따라 기초적인 공감 역량부터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학생들이 자기 이해와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는 긍정 여론도 있지만 ‘학교폭력에 단순하게 접근한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강균석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는 “(어울림은) 공감을 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따돌림당하는 감정을 알면서도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학생들이 있다”며 “역할놀이 도중 실제 폭력이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학생들의 복잡한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오은정 영화초 수석교사도 “학교폭력은 학생들 사이의 인정 욕망과 권리 충돌이 빚어내는 양상이기 때문에 심성훈련만 해서는 안 되고 자기객관화 작업 등 구조적인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며 “교사에게 일원화된 체험활동을 다 따르게 해서는 안 되고 학생들과 함께 각 교실에 맞는 수업을 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울림은) 어디까지나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사례고 일선 교사들이 얼마든지 현장에 맞게 바꿔 쓸 수 있다”며 “좋은 프로그램이 사장되지 않도록 학교 현장에서 잘 써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