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꾸밀 때는 모바일기기로 ‘오늘의집’ 앱을 켜 다른 이용자들이 집을 꾸민 사진을 보며 원하는 인테리어와 가구를 찾는다. 다른 집 사진에서 마음에 드는 가구를 클릭해 제조업체와 가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시공업체 대한 정보도 얻는다.
요리를 할 땐 ‘아내의식탁’ 앱을 켜 원하는 음식의 조리법을 보고 따라한다. 기념일, 특별한 상차림을 준비할 때도 푸드 스타일링 정보를 앱을 통해 얻고, 식재료 손질법과 주방용품 활용법까지 앱을 통해 확인한다. 앱을 이용하다 마음에 드는 주방용품이 눈에 띄면 앱을 통해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
맞벌이와 육아로 가사가 밀리면 ‘대리주부’ 앱을 통해 주말에 한 번씩 가사도우미를 부른다. 단순가사를 맡는 가사도우미 외에도 산후조리와 베이비시터, 포장이사, 전문청소까지 각자 전문분야를 가진 1만6,000명의 인력의 프로필을 일일이 들여다보고 원하는 가사도우미를 선택한다.
어린 자녀를 키우다 보면 자녀가 배변과 식사를 언제 했는지 까먹기 일쑤다. 그럴 땐 배변과 육아를 그때그때 기록하고 식사 때나 배변 때가 되면 알람까지 보내주는 육아 앱 ‘베이비타임’의 도움을 받는다. 엄마가 야근인 날에는 앱 내 ‘공유 기능’을 통해 일찍 퇴근하는 아빠에게 자녀의 식사 및 배변 일지를 보낸다.
앱으로 모든 가사를 처리하는 ‘밀레니얼 가족’의 일상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올해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밀레니얼 가족’을 꼽으며 ‘부부간 동반자의식이 강하고 가족을 위한 희생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며, 효율적인 소비를 선호한다’고 정의했다. 이같은 특징을 가진 밀레니얼 가족이 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생활 연계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30일 서울 삼성동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와의 대화’에 참가한 앱 개발자들은 앱의 인기비결로 “밀레니얼 가족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대리주부 앱을 개발한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밀레니얼 가족 구성원은 부수적인 업무는 남에게 맡기고, 자기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현재 대리주부 이용자의 80%가 밀레니얼 가족으로, 이들의 비중이 늘며 앱을 통한 인력 대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비타임 앱을 개발한 양덕용 심플러 대표는 “공동육아가 보편화 되는 밀레니얼 가족의 특징을 반영해 ‘공유 기능’을 만들자 아빠 사용자가 7%에서 20%로 늘었다”며 “행복 추구 경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불안과 시간 낭비를 줄여주는게 저희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오늘의집 앱 개발사인 버킷플레이스 이승재 대표는 “밀레니얼 가족과 1인 가구는 내가 사는 공간에 관심을 갖고 가꿔나가는 특징이 두드러진다”며 “자신이 꾸민 공간을 남과 공유하며 자랑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가진 이용자가 자신의 집 사진을 직접 올려주는 게 오늘의집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아내의식탁 앱 개발사 컬처히어로의 양준규 대표는 “아내의식탁은 30~40대 주부가 주 고객이었는데 최근엔 1인 가구와 10~20대 이용자도 빠르게 느는 중”이라며 “한 끼를 먹더라도 건강하고 맛있게 먹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 가족의 특징에 맞춰 서비스를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개된 4개의 앱은 각각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수 80만~200만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생활 연계형 서비스의 인기는 일상을 앱에 의존하는 젊은 세대의 성장으로 앱 경제 역시 성숙기에 접어들며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이날 자리를 마련한 구글의 설명이다. 이전까지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큰 금액을 앱에서 결제하며 앱 경제의 성장을 주로 이끌었다면, 이제 단순 게임뿐 아니라 일상 생활 전체를 앱에 의존하는 이용자가 앱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보다 비게임 앱에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이른바 ‘Z세대’의 비중은 30%에 달한다.
이들 Z세대의 등장에 힘입어 앱 경제는 당분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앱애니는 올해 글로벌 앱 시장 규모가 1,200억달러(약 134조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29% 증가한 규모로, 연평균 성장률은 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의 5배에 달한다. 이용자들의 앱에 대한 의존도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앱애니는 지난해 국내 평균적인 모바일기기 이용자가 105개 가량의 앱을 보유하고 있고, 하루에 3시간 이상을 앱을 이용하는 데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
임희정 앱애니 모바일사업 개발이사는 “Z세대는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모바일 앱을 이용하고 있다”며 “Z세대를 이용자로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앱은 부수적인 부분이 아니라 필수적인 부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생활 연계형 서비스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구글 한국 안드로이드 앱·게임 비즈니스 총괄은 “더 많은 생활 연계형 서비스가 앱 경제를 활성화하길 바란다”며 “구글은 앱 생태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