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 문화유산으로 족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표준화가 시급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형선 대보사 서울본부장은 족보를 문화유산으로 육성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표준화’를 꼽았다. 한 가문의 발자취이자 역사의 산실인 족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산화 과정에서 성씨·본관을 표준화 작업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또 한자 사용 감소와 호적 전산화가 겹치면서 생신 잘못된 성씨 본관 입력 등 문제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목했다. 한자를 헷갈려 정선 전씨(旌善 全氏)를 선선 전씨(旋善 全氏)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잘못 써넣는 사례 등이다. 여기에 외국인 귀화자의 창성창본이 거주지에 따라 결정되는 데 따라 동일한 본관·성씨가 등장할 수 있다는 문제도 바로잡아야 할 부문으로 지목했다. 표준화와 더불어 이 같은 시행착오까지 없애야 족보를 고유 문화유산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72년 대구 중구에 설립된 대보사는 족보·문집 전문 출판사다. 80년대부터 족보·문집으로 사업을 확대, 3대째 이들 부문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원조로 꼽히는 대전 회상사와 함께 국내 족보 출판사업을 이끌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2004년 전자족보 출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족보에 온라인·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옷도 입혔다. 2012년에는 서울 본부를 설치, 사업 영역도 확대했다. 30여 년 동안 기술의 발달에 따라 시대에 맞춰 변천시키는 등 족보의 역사와 함께 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잘못된 한자 입력 등 호적 전산화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이 신고센터 개설 등이 필요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외국인 귀화자 증가와 함께 늘고 있는 창성창본도 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절실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현재 거주지 등을 기준으로 본관·성씨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동일한 본관·성씨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어 “문화지원 측면에서도 역차별이 있다”며 “적산가옥(敵産家屋)은 문화재로 추진되고 있으나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담긴 족보·본관·성씨는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