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이른바 ‘존엄사법’ 시행이 1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국민 약 4명 중 3명은 치료 효과 없이 목숨만 유지하는 연명치료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과반수는 유산을 자녀나 가족에게 상속하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죽음의 질 제고를 통한 노년기 존엄성 확보 방안’ 연구보고서(책임연구자 정경희)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팀은 2018년 9월 만 40세 이상∼79세 이하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죽음에 대한 태도, 인식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의 75.7%가 연명치료를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4.5%는 연명치료를 포함해 죽음과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자신이 행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응답자의 17.9%만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미 작성했거나 앞으로 작성할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47.1%로 높게 조사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19세 이상이면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미리 작성할 수 있다.
실제로 존엄사법 시행 1년간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가 3만 5,000명을 넘어섰고 임종이 임박했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숫자도 11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효과 없이 목숨만 유지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잘 알고 있는 경우는 25.1%에 그쳤다.
46.0%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뜻이 있다고 했지만 44.0%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4.6%는 장기기증에 찬성했다.
또 67.5%는 유언장을 작성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66.4%는 유언장을 이미 작성했거나 앞으로 작성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임종 이전 재산처리 방식으로 절반이 넘는 52.3%가 자녀 또는 가족에게 상속하겠다고 했고, 26.1%는 자신이 쓰고 싶은데 지출하겠다고 응답했다.
19.1%는 일부 재산은 자녀에게 상속하고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사회에 모든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또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해 가족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는 ‘스스로 죽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35.7%), ‘자주 접촉해 사랑을 표현하는 것’(23.5%), ‘신체 통증 감소를 위한 관리’(21.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장례식을 하는 이유로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31.2%),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28.7%), ‘자녀 등 남은 가족의 도리이기 때문’(18.9%), ‘사망 소식을 알리기 위해’(11.5%)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편 존엄사법 시행 1년을 맞아 의료 현장의 현실에 맞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제도가 보완될 예정이다.
오는 3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중단하고자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