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현직 판사 탄핵 소추 범위를 5명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이 나오는 대로 탄핵 소추 대상 판사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종료하는 시점을 고려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법관 탄핵을 5명 정도로 아주 소수만 하기로 했다”며 “세간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판사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탄핵은 최악의 경우에 동원하는 수단으로, 범위를 넓혀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법의 독립 등을 고려해 최소치로 하는 게 맞는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신광렬·이민걸·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등을 탄핵 소추 대상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상징적으로 권순일 대법관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권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최종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미 개략적인 탄핵 소추 명단이 잠정 확정된 상태다. 따라서 민주당은 늦어도 이달 안에 세부 명단을 발표하고, 사법개혁 과제의 일환으로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추진키로 했다.
다만 민주당은 법관 탄핵 문제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재판 지원 문제는 분리해 대응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김 지사의 1심 재판장이었던 성창호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도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그를 탄핵 소추 대상에 추가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당이 김 지사의 유죄 판결과 법정구속으로 인해 사법개혁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과의 공조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앞서 법관 탄핵에 우려를 표시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 간에 물밑 협상이 진행될 뻔 했지만, 구체적 범위와 일정 등에 관한 입장 차가 커 논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한국당을 빼고도 탄핵 소추안의 국회 표결 통과가 가능하다”며 “5·18 망언 비판을 고리로 여야 4당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 사법농단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김 지사의 판결문 분석을 통해 확인한 오류들을 발표할 계획이다. 1심 재판부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이 모두 성실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드루킹’ 김동원 씨의 진술 신빙성 인정 등 논리적 허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대책위 관계자는 밝혔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