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유일한 위로는 아이들 돌아오는 것"…단원고 희생학생 250명 명예졸업식

오전 10시 안산 단원고서 진행

안산고 교장, 졸업장 수여 전 250명 이름 호명

학부모들 눈시울 붉혀…울음 새 나오기도

"호명될 때마다 아이들 다시 와주는 것 같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열렸다. 명예졸업식장에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졸업장과 이름표, 꽃다발이 놓여있다. /이희조기자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열렸다. 명예졸업식장에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졸업장과 이름표, 꽃다발이 놓여있다. /이희조기자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 외에 위로와 위안이 되는 건 없죠. 이번 명예졸업식은 우리 엄마, 아빠를 위로해 달라는 게 아니라 만에 하나 세월호 참사 같은 일로 희생될 수 있는 아이들과 유가족들의 명예를 더럽히는 게 반복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7반 전찬호 군 아버지 전명선씨)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미수습자 2명 포함)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치러졌다. 참사가 아니었다면 지난 2016년 이맘때 졸업했을 학생들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열렸다./백주원기자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열렸다./백주원기자


졸업식에는 유가족과 단원고 재학생,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500여명이 명예졸업식장을 찾았다. 졸업식은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희생 학생들의 이름을 한명씩 호명하며 시작됐다. 20여분 남짓한 시간 동안 졸업식장 정면에 마련된 화면으로 학생들의 사진이 지나갔고 이따금 학부모들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참사로 희생된 안주혁 학생 어머니 김정해씨는 “아이들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아이들이 다시 와주는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래도 이런 자리가 있어 위안이 된다”며 “오늘 명예졸업식은 희생된 아이들이 제적처리되지 않고 명예를 회복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후 진행된 인사말에서 유 부총리는 “이제야 명예졸업식 갖게 돼 송구스럽다”며 “2014년 4월16일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게 5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잘 실천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하고 더 이상 헛된 희생이 없도록 사람 중심의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명예졸업식은 단순히 명예졸업장을 전달해드리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의 꿈과 명예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도록 우리 교육계가 다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교육계의 위로에도 부모들의 상처는 채 아물지 않은 듯했다. 이 교육감이 인사말을 하던 중 한 희생 학생 아버지는 “아이들 제적 처리도 부모 동의 없이 했고 너무 서운하다”며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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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열렸다. 식이 끝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한 학부모가 양동열 단원고 교장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다./백주원기자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열렸다. 식이 끝나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한 학부모가 양동열 단원고 교장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다./백주원기자


3년 늦게 명예졸업식이 치뤄지는 건 유가족 요청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사고 당시 2학년6반이었던 남현철군과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세 명을 수습한 뒤 식을 치르길 원했다. 그러나 세월호 선체 인양이 끝나고 수색작업도 마무리된 시점이라 유가족들은 명예졸업식을 열기로 했다.

명예 졸업식을 치르기 앞서 희생 학생들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단원고와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016년 생존 학생들을 졸업시키면서 희생 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한 사실이 알려져 유족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학적처리 시스템상 희생 학생들의 학적이 남아 있는 한 생존 학생들의 졸업처리가 되지 않자 제적처리 해버렸다. 문제가 불거지자 도교육청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를 운영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협조를 받아 희생 학생들의 학적을 ‘재학 상태’로 복원시켰다. 또 2016년 11월 교육부 훈령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개정으로 희생 학생들의 학적은 완전히 회복했다.

기억교실로 불리던 희생 학생들의 교실(10칸) 존치 여부를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재학생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해체를 요구한 반면 유족들은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지 않고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며 교실 존치 입장을 고수했다.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 중재로 기억교실 책상과 의자, 추모메모 등을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이전했다.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 역시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양동영 교장은 “우리가 기억하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슬픔을 재생산해 단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려는 것이 아니다”며 “새 희망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단원고 재학생 남준규(17)군 역시 “전교생이 거의 다 왔다”며 “명예졸업식에는 희생자를 잊지 않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종갑기자 안산=이희조·백주원기자gap@sedaily.com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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