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저임금(시간당 6.50유로) 수준의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이탈리아 섬유 업체들은 루마니아 등 동유럽으로 떠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칸타라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 자체로 브랜드가 된다고 판단하기에 비용 절감 대신 고부가가치라는 길을 선택했죠. 탄소중립성 유지는 그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소재 기업 알칸타라를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끊임없는 브랜드 가치 제고만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퀄리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전제로 다른 브랜드에서 제공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보라뇨 회장은 지난 2004년 알칸타라 회장에 취임한 후 제품의 다양화와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구축을 하고 탄소중립성의 기치를 내거는 등 현재의 알칸타라를 일군 인물이다.
알칸타라는 200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 생산공정의 개선과 현대화에 나서 탄소중립성인증(TUV)까지 받았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탄소중립성 유지를 위해 원자재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협력업체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생산공정을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고 개발도상국에 탄소 저감 관련 기부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노력해왔다.
보라뇨 회장은 “2009년 세계 경제위기가 불어닥쳤을 때 회사 경영을 구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며 “고민 끝에 지속가능성을 최대의 관심사로 설정하고 생산 과정부터 탄소 배출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알칸타라 소재의 품질 개선과 함께 진행되면서 시너지가 상당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법인 고객마다 제품 두께나 색상·디자인 등 원하는 바가 다르기에 매해 컬렉션을 주요 파트너사에 전달한 후 짧으면 분기, 길면 수년간 각사의 요구사항에 맞춰 제품 상용화까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커스터마이징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B2B)의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이름난 알칸타라는 2013년 젠하이저·라이카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해 가방이나 하이테크 제품의 컬렉션에 알칸타라의 소재를 넣으며 영역 확장에 성공했다. 람보르기니나 마세라티 같은 고급 슈퍼카의 내장재로 명성을 얻은 알칸타라는 현재 한국인과 친숙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S9이나 기아차 스팅어, 현대차 에쿠스 등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는 것은 기술적 노력은 물론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영가치로 여기는 고객들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것이 알칸타라 측의 판단이다.
보라뇨 회장은 “단순히 인건비 절감을 위해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포기하고 중국에 간다면 중국 소비자들이 먼저 우리를 외면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외의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알칸타라는 최근 생산 역량을 5년 안에 70% 증가시킬 수 있는 공장 신축을 결정하고 655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아시아 시장이 급속도로 늘어난 데 대응하기 위해서다.
“아시아에서도 세련된 감성을 지닌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삼성·현대기아차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한국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은 결국 세계 시장에서 알칸타라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탄소중립성이라는 가치를 더한 후 매출은 3배 가까이(2008~2018년 비교치) 늘었으며 올해 또한 전년 대비 매출이 9~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 기업인들도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2009년 6,430만유로(약 82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알칸타라는 2018년 3월까지 1억9,700만유로(약 2,52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9년 만에 200%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냈다. 이번 회계연도(2018년 4월1일~2019년 3월31일)의 예상 매출은 2억400만유로(약 2,611억원)이며 영업이익은 5,050만유로(약 646억원)다.
/베네치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