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에 부동산 개발 법인인 ‘롯데 랜드’를 설립했다. 롯데건설 해외주택영업 부문이 법인 설립 작업을 주도 했으며 초기 자본금은 1,800만달러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해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주택 시공 외에 시행까지 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베트남 부동산 개발 설립에 관련한 구체적 사업 계획 등은 확정이 안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의 부동산 개발 법인 설립은 베트남 부동산 시장 활황과 관련이 깊다. 베트남 주택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로 수년간 침체돼 있었으나 지난 2015년 외국인 주택 소유 허용 등 자산 규제 완화 조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 성장률 또한 지난 2008년 -0.4%로 뒷걸음질 친 이후 회복세가 계속돼 각종 규제가 해소된 2015년에는 당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6.7%를 훌쩍 뛰어넘는 10.8%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은 이 같은 부동산 상승세를 더욱 가파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까지 1인당 주거 면적을 25㎡까지 확대하고 중급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저소득 농촌 가구를 위한 사회주택 프로그램 실시하는 등 베트남 국토 전반에 주택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베트남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호찌민에 집중됐던 부동산 투자가 최근 하노이 지역까지 번져 아파트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롯데건설은 현지 민간 주택 개발 등 현지 부동산 개발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지난해 8월에는 베트남 푸끄엉 그룹과 ‘베트남 현지 푸끄엉 펄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위한 공동투자 협약을 체결하며 베트남 프리미엄 주거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도 했다. 푸끄엉 펄은 호찌민에 725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롯데건설이 지분 51%를 갖고 있으며 향후 분양매출은 9,8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롯데건설 측은 롯데랜드 설립 후 추가적인 프리미엄 주택 시장 진출 등을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랜드 설립으로 롯데그룹의 베트남 부동산 시장에서의 입지도 한층 탄탄해질 전망이다. 롯데자산개발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호찌민 투티엠 지구의 5만여㎡ 규모 부지에 쇼핑몰과 아파트 등이 들어서는 ‘에코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중이다. 지난 2014년에는 하노이시에 초고층 복합빌딩 ‘롯데센터 하노이’를 준공했으며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롯데몰 하노이’ 건설 작업도 진행중이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베트남 부동산이나 호텔 개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현지 개발 사업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으며 응우옌득쭝 베트남 하노이시 인민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롯데는 접객 분야에서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현지에서 진행중인 사업과 접목해 보다 다양한 개발 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백화점·마트·호텔·면세점·제과 등 롯데그룹의 16개 계열사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관련 임직원만 1만1,000여명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 부문에 쌓아온 노하우 및 중국과 러시아 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시장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양철민·박성호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