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CJ대한통운 "택배비 27년만에 첫 인상]택배비 제값 받기 가속화

가격인상, 기업에 한정된다지만

쇼핑몰 등도 인건비 압박 시달려

결국 개인간 거래비용도 오를듯

국내 택배시장을 과점하는 CJ대한통운(000120)이 오는 3월부터 박스당 평균 택배 단가를 100원 이상 올리겠다고 19일 밝혔다. 1992년 27년 만에 처음이다.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국내 택배비가 30년 가까이 하락세를 이어온 가운데 택배 업계의 ‘택배비 제값 받기’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초부터 화주들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며 택배 평균 단가를 현재와 비교해 최소 100원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 협상을 완료하고 3월 1일부터는 오른 단가에 맞춰 계약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 고객에 대해서는 박스당 평균 100원 이상 가격을 올려받되 쌀이나 절임배추·매트리스 등 취급이 어려운 품목에 한해서는 크기와 무게에 따라 택배비를 자율적으로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 고객이 내는 택배 단가는 결국 지역 택배 기사님들과 개별 계약으로 진행되므로 거래 규모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어떤 기업 고객은 기존 보다 100원 오른 가격으로 낼 수도 있고 다른 고객은 500원 오른 운임을 내야 할 수도 있지만 회사의 전체적 방침은 최소 박스당 100원 이상을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CJ대한통운은 이번 택배 단가 인상이 일반 소비자들에 미치는 피해는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가격 인상은 전체의 95%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 고객에 한정돼 있으며 개인 간 택배 거래는 기존과 변함없는 요율표대로 책정된다. CJ 대한통운 측 한 관계자는 “건당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 내는 택배비는 2,500원이지만 실제 기업들이 택배사에 지급하는 운임은 평균 1,800원~1,900원”이라며 “기업 고객 택배비 인상이 곧장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통운의 가격 인상 배경에는 ‘성장 속 적자’에 허덕이는 업계의 역설적 현실이 있다. 택배시장은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함께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왔지만 택배업계 간의 과열 경쟁 탓에 단가는 오히려 매년 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에 따르면 택배 평균 단가는 2,000년 3,500원 수준에서 꾸준히 하락해 2017년 2,248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대한통운의 영업이익률이 1% 수준에 그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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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가격 인상에 선제적으로 나선 만큼 2·3위 사업자인 롯데·한진 등에서도 비슷한 가격 정상화가 뒤따르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미 한진택배 등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가격 조정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재계약이 임박한 일부 화주 등을 중심으로 이형화물에 대한 가격 현실화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통운의 시장 점유율은 약 50%이며 롯데·한진 등과 합칠 경우 점유율이 70%를 넘는다.

대한통운은 단가 인상에 따른 이익의 50%는 택배 기사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시설 개선과 택배 기사의 업무 환경 개선 등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스당 100원이 인상될 경우 택배기사는 50원씩 혜택을 볼 수 있고 하루 250개 물량을 처리한다고 볼 때 월 25만~30만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한통운 측의 설명과 달리 쇼핑몰 등의 기업 고객들의 부담이 결국 일반 소비자에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는 도소매 업자도 똑같이 겪고 있는 상황에 택배 가격까지 오른다니 부담스럽지만 현재 진행 중인 무료 택배 등의 정책을 쉽게 없앨 순 없다”며 “상품 가격을 조금씩 올려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미·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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