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문 대통령의 발언이 2017년 12월과 비슷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전에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화적인 신년사로 이어졌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훈련 중단을 받아들여 핵·미사일 실험으로 최악이던 북미관계를 180도 돌려놓았다. 이번에도 북한은 제재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전에 제재완화는 안 된다’는 자국 내 여론이 높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은 제재완화를 우리가 미국에 요청하는 모양새였다면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 종류를 우리가 늘려줄 수 있다는 것으로 관점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협상장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한은 내부에 북미정상회담 사실도 공표하지 않으며 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주민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니 언제든 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줘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노림수다. 결국 낮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버티기만 하면 제재가 완화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남 교수는 “한미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에서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계속 이야기해왔는데, 이런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철도·도로 연결은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사안이지만 대통령이 섣불리 ‘우리가 떠맡겠다’고 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 왜냐하면 북미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언제, 어디서 만날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21일부터 실무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팰러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에 제재해제가 포함될지에 대해 “우리는 제제에 관해 분명히 해왔다”며 “이것은 세계의 제재이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질문에 대해서는 협상 상황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제재 일부 완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