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세계는 ‘쇼핑 데스티네이션’ 전쟁] '매출 세계 1위' '최대 백화점' 타이틀도 규제 앞에선 빛바래

<4·끝>글로벌 쇼핑메카 '산넘어 산'

2016년 2조 쏟아부은 신세계

백화점·면세점·호텔 다 갖춰

기네스까지 보유한 센텀점은

해운대 찾는 외국인에 명소로

롯데 본점도 대대적 리뉴얼 등

'미친 투자' 실적 일등공신 불구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확대 등

시대 역행하는 규제 강화 앞둬

"경제적 실효성 없다" 비판 잇따라

국내 유통업계는 ‘신규 점포 가뭄’일 정도로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쇼핑 메카’를 꿈꾸며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 덩치 큰 대형 점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타 유통업체와 차별화하는 한편 글로벌 쇼핑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계를 겨냥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상황이라 이대로는 외국인 쇼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발전은 어렵다고 업계 안팎에서는 입을 모은다. 복합쇼핑몰을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고 영업시간 제한을 확대하는 등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신세계점 내부 미디어타워 전경./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신세계백화점 대구신세계점 내부 미디어타워 전경./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국내 유통업계,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대형 점포 만들기 노력=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 2016년 1년간 약 2조원의 돈을 쏟아부어 김해·하남·대구점을 한번에 열고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을 증축했다. 명동 본점에는 시내면세점을 오픈했다. 당시 ‘미친 투자’라고 불릴 정도였지만 이는 지난해 전년대비 33.9% 늘어난 5조1,819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로 보답했다. 신세계백화점만 놓고 봤을 때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 10.2% 늘었다.


이같은 매출액 증대에는 강남점·부산 센텀시티점 등 대형 점포들이 기여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2016년 리뉴얼 이후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오픈, JW메리어트 서울 재개장 등을 통해 백화점·면세점·특급호텔을 모두 갖췄다. 그 결과 지난해 외국인 매출과 구매 고객 수가 30%, 15% 늘었다. 명품 장르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300% 이상 신장했다. 그 중에서도 럭셔리 워치는 800%까지 신장세를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2016년 5월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문을 열며 다국적 관광객들의 쇼핑 메카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지난해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며 면세점 시장 3강 체제를 만들었다. 백화점도 영업면적이 약 25% 줄었지만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이 나란히 찾은 덕분에 지난해 실적은 면세점 오픈 전인 2015년과 비슷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부산 센텀시티점은 ‘해운대’라는 관광 인프라에 면세점까지 갖추면서 글로벌 쇼핑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일본 등 인접 국가의 크루즈 여행객들의 쇼핑 거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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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도 외국인들의 쇼핑 메카인 명동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롯데면세점은 대표 점포인 명동본점의 꾸준한 확장을 통해 매출이 4조원 고지를 밟는 등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명동본점의 연 매출은 단일매장 매출로는 세계 1위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6년 명동본점 매장을 확장했으며 지난해에는 100억원을 투자한 VIP 라운지 ‘스타라운지’를 새롭게 열었다. 스타라운지는 VIP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입생로랑, 샤넬, 스와로브스키 등 유명 브랜드의 VIP초청행사를 통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명동본점 1층 ‘스타에비뉴 코너’를 리뉴얼 오픈 하면서 국내최대 중소중견 브랜드 편집매장인 ‘블루밍뷰티관’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을 오픈 40주년을 맞아 오는 2022년까지 대대적으로 리뉴얼한다. 작년 11월부터 시작해 리빙관 일부 매장을 이미 새롭게 선보였으며, 앞으로 2020년 식품관, 2021년 여성·남성관, 2022년 해외패션관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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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도 2020년 완공 예정인 여의도점 출점을 준비하며 기존점포를 리뉴얼하고 있다. 지난 1월 5년간 공사를 마치고 그랜드 오픈한 천호점을 시작으로 압구정 본점·신촌점·중동점 유플렉스·미아점 등 주력 점포들이 새옷을 입는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면세점을 코엑스 인근이라는 이점을 살려 관광 클러스터의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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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되는 유통 규제, 업계에선 “미래 유통 흐름에 역행”=하지만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대규모 유통점포에 대한 규제가 쇼핑 메카로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한다. 당장 규제로 대형점포 매출이 감소하지만, 그만큼 영세점포·상인 매출이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실제 상품을 사는 거래비용이 늘고 있고, 일부 영세상인을 제외한 대형점포 인근 사업자 등은 수익이 줄고 있다.

현재 대기업의 대규모 유통점포에 대한 규제는 대형마트 중심으로 의무휴업, 지역 상권과의 상생안 의무화 등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더 강한 규제를 담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영업시간 제한 확대·신설(대형마트 22시~익일 10시, 백화점 20시~익일 9시, 시내면세점 20시~익일 9시, 공항면세점 21.5시~익일 7시) △추석·설날 의무휴업 △복합쇼핑몰도 영업시간 제한·주2회 의무휴업 △등록제→허가제 변경 △지자체장에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 지정 권한 △1만㎡ 이상 ‘초대규모점포’ 상업지역 내 개설 금지 △상품공급점도 준대규모점포로 간주해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적용 등이 있다.

유통업계나 학계에서는 실익이 없는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신용카드 구매패턴을 통한 조사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소비자가 전혀 별개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국내 유통규제는 경제적 실효성이 없음에도 여론을 명분으로 밀어붙인 정치적 행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상권에 대형점포가 없으면 영세점포가 빠르게 늘어나지만 곧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폐업이 속출한다”며 “시장 경쟁·진입장벽을 없애고 특정 상권을 지원한다는 건 ‘깨진 독에 물 붇기’ 같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변수연·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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