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대표적인 미국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도 중국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앞서 영국과 독일 등 서방 동맹국가들에 이어 중동의 우방국들까지 ‘반(反) 화웨이 전선’ 에서 이탈하면서 미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UAE 국영통신사 에티살라트 그룹은 올해 착공하는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기로 화웨이와 계약을 했다”고 보도했다.
UAE는 중동에서 이슬람 극단주의를 억제하고 이란의 세력확장을 막는다는 인식을 미국과 공유하고 있고 미국산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등 친미 성향을 보여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대한 무역 박람회에서 불거진 UAE의 발표는 미국 관리들의 캠페인에 또 하나의 좌절”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이번 계약으로 UAE는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 사용 배제를 촉구하고 있는 미국과 불화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도 자국의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우디는 지난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미국과 관계가 멀어지고 있다. 반면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80억달러 규모의 경제 협력 협약을 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우방들의 이탈이 가속화 되자 미국은 MWC에 주무 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뿐만 아니라 국무부, 국방부의 외교, 안보, 국방 관리들까지 보내 우방국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이 화웨이의 안보위협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우방국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실제로 미국 관리들은 MW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