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도, 부족한 점도 모두 확인한 대회였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루키’ 이경훈(28·CJ대한통운)이 첫 톱10 입상으로 21만9,300달러(약 2억5,000만원)의 적지 않은 상금을 받았다. 그보다 몇 갑절 더 큰 수확은 우승경쟁 경험이었다.
이경훈은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내셔널골프장 챔피언스 코스(파70·7,125야드)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총상금 68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오버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그는 우승을 차지한 키스 미첼(미국·9언더파)에 4타 뒤진 공동 7위의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이경훈의 첫 10위 이내 입상이자 최고 순위다. 그의 말처럼 희망과 아쉬움이 섞인 결과였다. 이경훈은 경기 후 “PGA 투어에 올라와 처음으로 우승권에 든 거라 욕심도 났다”며 “끝까지 잘 인내하면서 갔는데 후반에 좀 실수가 나와 아쉽게 끝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우승을 차지한 투어 2년 차 미첼과는 이날 나란히 공동 2위로 동반 플레이를 펼쳤기에 느낀 점이 더욱 많았다. 미첼은 1·2번홀 연속 보기로 흔들리다 뒷심을 발휘해 정상에 올랐다. 아쉽게 첫 우승 기회를 놓친 이경훈은 “초반에는 미첼이 더 안 좋았는데 후반에 잘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도 많이 찾고 부족한 점도 많이 확인했다”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좋은 점은 그 느낌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습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경훈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한국 오픈을 2연패했으며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2012년과 2015년 일본 투어에서도 1승씩을 거둔 그는 2016년 PGA 2부 투어(웹닷컴 투어)에 뛰어들어 지난 시즌 상금랭킹 5위에 올라 이번 시즌 정규 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정규 투어에 와서는 열세 차례 출전해 일곱 번 컷오프됐으나 제네시스 오픈 공동 25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최근 3개 대회에서 30위권 이내에 들며 적응하는 모습이다.
이날 이경훈은 전반을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무난히 마친 뒤 13번홀(파4)에서 ‘이글성 버디’로 1타를 줄여 한때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14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기록하며 선두와 2타 차로 벌어진 그는 ‘베어 트랩’으로 불리는 15~17번홀 구간을 이븐파로 잘 막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을 짧게 한 뒤 3퍼트를 보태 한 계단 순위 손해를 봤다.
이경훈과 동반한 미첼은 11번홀까지 1타를 잃어 우승경쟁에서 탈락하는 듯했으나 12번·13번·15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공동 선두로 올라선 데 이어 18번홀에서 5m가량의 버디 퍼트를 잡아 극적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스타 선수들인 브룩스 켑카,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는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연장 승부를 기대하다 공동 2위(8언더파)가 확정되자 코스를 빠져나갔다. PGA 투어 최고령 우승에 도전한 비제이 싱(56·피지)은 베어 트랩 마지막 홀인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1타를 잃어 단독 6위(6언더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