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시청하던 A 씨는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같은 색으로 염색을 하고 파마도 하고 싶었지만 과연 자신에게 어울릴지 자신이 없어 며칠을 고민하다 미용실을 찾았다. 그러나 상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에 실망했고 헛돈을 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회사업무와 육아로 늘 바쁜 B 씨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배송받은 제품에 대부분 만족하지만 자신의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사는 데는 종종 실패한다. B 씨는 앞으로 신발만큼은 매장을 방문해 구매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서울 성수동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에서 개최한 ‘2019 스타일테크 데이’에서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각종 ‘스타일테크’가 소개됐다. 스타일테크란 스타일(sty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패션·뷰티·리빙과 같은 스타일 분야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뜻한다. 윤주현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스타일테크는 패션과 미용 등 기존 산업 카테고리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비즈니스 영역”이라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동반성장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유망 신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R을 통해 헤어·염색 스타일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버츄어라이브의 ‘헤어핏’, 주얼리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뷰티주얼리 앱 ‘로로젬’ 등이 소개됐다. AI가 이미지 속 패션 상품을 인식해 카테고리부터 색상·길이·소재·스타일 등 13가지 속성을 분류하고 검색·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옴니어스 태거’, 스마트폰으로 발 사진을 찍으면 사이즈와 디자인을 추천하는 디파인드의 ‘슈픽’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주머니, 단추 등 셔츠의 퍼즐 조각들을 직접 조립해 마음에 드는 옷을 만드는 ‘해브해드’, 발과 신발의 사이즈를 간편하게 측정하고 알맞은 사이즈를 추천하는 홀짝의 ‘펄핏’ 등도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선 스타일테크가 막 걸음을 뗐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티치 픽스’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티치 픽스는 고객이 기본 데이터를 입력하면 AI 알고리즘과 인간 코디네이터가 협업해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액세서리를 추천·배송한다. 지난 2017년 기업공개(IPO)를 마친 스티치 픽스는 현재 이 서비스로 약 270만 명의 유효 고객을 확보했으며 지난 한해에만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를 스타일테크 정책의 원년으로 삼고 지원체계 구축에 나선다. 스타일테크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유망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스티치 픽스와 같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먼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력해 동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을 연결하고 신사업 모델 개발에 필요한 초기자금과 전문가를 지원한다. 스타일테크 기업들이 소통·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에 스타일테크 기업 전용 공유 오피스를 구축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킹,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디자이너와 IT 개발자 등 핵심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내의 스타일테크 관련 기업들을 ‘K-스타일 테크’로 브랜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오는 14일까지 이 같은 신기술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스타일테크 경험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박건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K뷰티나 K팝처럼 새로운 한류로서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K-스타일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란다”며 “분야와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기술·콘텐츠·제조 산업의 대·중소기업·스타트업이 협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