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치킨게임' 치닫는 수수료 갈등]현대차 "0.1%도 못올려"...카드사 "인상 안하면 枯死"

5개사 계약 해지 통보한 현대차

"BC도 14일부터 종료" 강공 고수

10일 이후 '결제불통' 사태 현실화

"고객불편 우려...정부 뭐하나" 비판




카드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현대자동차와 카드 업계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비씨카드도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에 이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카드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 과정에 대해 손을 놓으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는 비씨카드에 오는 14일부로 가맹점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비씨카드는 이날까지 수수료 인상분 적용을 유예하며 현대차와 협상을 이어갔지만 인상안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됐다. 현대차가 ‘0.1%라도 못 올린다’는 강경 의지를 고수한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일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힌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사에도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 중 계약 해지 통보를 받지 않은 곳은 현대차와 특수관계에 놓인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현대차와 카드 업계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여론전도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이달 6일 수수료율 인상이 업계의 경영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가 수수료를 올리면 자동차 업계에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이는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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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날 여신금융협회는 이번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은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대형 가맹점에 참여를 촉구했다.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카드 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취지에 따라 회원과 가맹점에 대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는 등 비용절감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형 가맹점은 이번 가맹점 수수료 개편 취지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수수료 인상안을 통보한 카드사들이 현대차로부터 계약 해지 위기에 놓이자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노조도 현대차 등 대형 가맹점에 대한 공세에 동참했다. 카드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가맹점은 그동안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으며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카드사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차원에서 수수료 인상안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면서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수수료 인상안을 거부하고 가맹점 계약 해지까지 강행한다면 국민을 우롱하고 소비자를 볼모로 갑질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드 업계는 금융당국이 갑(甲)의 지위에 있는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개입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근거해 대형 가맹점을 처벌할 수 있다고 압박했지만 판단 기준이 모호한데다 가맹점 간 사적 계약에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카드 수수료 갈등을 촉발시킨 금융위가 뒷짐 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수수료 체계 개편의 핵심은 수익자 부담에 따라 적격비용 산정을 제대로 해서 부과를 하고자 한 것”이라며 “가장 핵심은 마케팅 비용을 보다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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