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워치]"등재되면 로또"…별 하나에 목 매는 국내 파인다이닝

■‘1% 셰프’ 향한 ‘20년의 레시피’

'좁은 시장 탓'에 해외관광객 끌기 유일 수단

어윤권 셰프 "미쉐린 가이드 폐쇄적 운영"

경쟁 가열되자 '선정 과정 공정성' 논란도




# ‘미쉐린가이드 서울 2019’의 발표를 일주일 앞둔 지난해 10월 국내 미식 업계가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첫해 ‘미쉐린가이드 서울’에서 ‘1스타’를 받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쉐린가이드’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당시 어 셰프는 “한 달 전부터 올해는 스타 미쉐린이 한 개 더 늘어나고 M식당 등의 새로운 스타 미쉐린이 들어간다고 들었다”며 “반면 내 레스토랑은 ‘2019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명단 선정의 공정성과 철저한 보안이 생명이어야 할 ‘미쉐린가이드’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점을 폭로한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그의 예언이 현실화되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그의 레스토랑은 기존 ‘1스타’보다 한 단계 낮은 ‘플레이트’ 등급으로 내려갔고 그가 새로 ‘1스타’를 받을 것이라고 지목한 레스토랑은 실제로 ‘1스타’ 리스트에 포함됐다. 미쉐린그룹의 한 관계자는 “행사 준비를 위해 셰프들의 시상식 참석 여부를 묻는 e메일을 보내는데 그 결과가 셰프들 사이에서 돌았을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후 어 셰프는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미쉐린가이드’가 지금과 같은 폐쇄적 운영방식을 고집한다면 한식의 세계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쉐린가이드’는 국내에 상륙한 지난 2016년 첫해부터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한식재단의 후원을 받으며 유독 한식당에 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도 스타 레스토랑으로 등재된 26곳 중 절반이 한식이나 한식 기반의 퓨전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어 셰프는 “일식은 ‘스시’로 세계화에 성공했지만 한식은 아직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던한 한식은 그저 양식의 ‘카피캣(모조품)’일 뿐 한식만을 대표하는 콘셉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쉐린가이드’ 논란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의 유명 식당 가운데서는 ‘미쉐린가이드’의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곳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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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레스토랑을 ‘미쉐린가이드’에 올리는 것은 셰프들의 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미식 업계의 ‘미쉐린 집착’에 대해 “한국의 ‘파인다이닝’ 시장이 좁은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직 파인다이닝에 대한 국내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미쉐린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되면 레스토랑의 매출은 두세 배씩 뛰어오른다. 이미 등재된 레스토랑들은 매년 발표 때마다 등급을 유지해도 매출이 급증한다. 국내 호텔 레스토랑 가운데 유일하게 ‘3스타’를 받은 호텔신라 서울의 ‘라연’도 ‘미쉐린가이드’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단숨에 6개월치 예약이 꽉 찬다.

현장에서 만난 셰프들은 “국내 미식 시장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기초적인 의식주 생활의 일부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셰프들의 바람대로 최근 국내에도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보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맛 칼럼니스트들은 음식을 먹을 때 그 유래와 배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 요리사’를 자처하면서도 골목상권을 살리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맛있는 음식 하나가 골목상권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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