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파이낸셜 포커스] '결제 불안' 큰데…분란만 키워놓고 뒤로 빠진 당국

현대차, 국민·하나카드와 수수료 타결

입장차 여전한 신한·삼성·롯데

가맹해지로 현대차 살 때 못 써

영세가맹점 수수료 일방 인하후

당국 '대형가맹점에 받아라' 넘겨

"막상 갈등 불거지자 뒷짐" 지적

1115A10 현대차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놓고 현대차와 일부 카드사가 협상타결을 선언했지만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시장 영향이 큰 대형 카드사들과는 막판 조율 중이다.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사이의 협상을 온 국민이 “특정 가맹점에서는 내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냐”며 마음을 졸이며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 당국의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영세 자영업자를 돕겠다며 수수료를 잇따라 낮춰주는 과정에서 카드사에 대형가맹점에는 수수료를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립서비스를 하면서 갈등의 단초를 제공해서다. 더욱이 3년마다 적격비용을 따져서 수수료율을 정해야 하는 현 수수료 결정 체계에서는 이런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8일 0.04~0.05%포인트 인상 수준의 절충안을 카드사들에 제시했고 KB국민 등 5개사가 이날 이 같은 제안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신한·삼성·롯데 등 일부 카드사는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11일부터 가맹점 계약 종료라는 파국적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한카드가 현대차에 다시 제안한 수수료율은 현대차의 조정안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카드사는 대형마트나 통신사 등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도 앞두고 있어 현대차와의 협상에서 쉽게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카드 업계는 이동통신 3사에 0.2%포인트 수준의 수수료 인상안을 통보했으며 통신사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마저 현대차와 0.1%포인트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인상하는 데 그칠 경우 통신사도 이 같은 절충안 내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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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지속되자 ‘뒷짐’을 지고 있는 금융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에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압박하면서도 정작 대형가맹점과 갈등이 불거지자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연 매출이 3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인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형 가맹점보다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수수료율 역진성을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3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가맹점 수수료율은 2.18%이고 500억원 초과는 1.94%였다. 양측 간 격차는 0.24%포인트다. 현대차가 제시한 0.05% 내외로 올린다 하더라도 역진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신한·삼성카드가 예전과 달리 ‘갑’인 현대차에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도 역진성을 해소하라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당국 입장에서 민간 기업 간 협상에 개입할 경우 ‘관치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끼어들자니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고 그렇다 보니 나중에 현행법(여신전문금융업법)상 불법 행위가 없는지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 카드수수료 산정 방식에서는 3년마다 적격비용을 따져 카드사가 수수료 인상 여부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어서다. 현재 국회에 코스트코처럼 대형가맹점이 특정 신용카드와 독점 계약하는 것을 막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카드사가 특정 가맹점과 결제 가능한 ‘원카드’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김기혁·서민우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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