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장차관 회의 90% 서울서 열려...'길국장' 신조어도

文 특명에도 관가 '마이동풍'

1주일에 3~4번 세종·서울 오가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 4조

문재인 대통령이 장·차관들에게 세종정부청사 근무를 늘려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고위 관료들의 서울출장이 많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연합뉴스


대부분의 장·차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세종시가 허울뿐인 행정수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공간만 이전했을 뿐 청와대와 국회 보고를 위한 출장도 잦고 부처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1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주에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 국무회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차관회의,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및 관련 브리핑 장소는 예외 없이 광화문 서울청사였다. 이번 주에 예정된 국무회의와 현안점검회의, 사회관계장관회의 등도 서울청사에서 진행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각 부처마다 영상회의 시스템은 구축해놨어도 정작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꼬집었다.



이러다 보니 회의에 참석하는 실·국장과 실무자들도 매일 같이 서울행을 할 수 밖에 없다. 장차관이 자리에 없으니 국장이나 총괄과장도 일주일에 많아야 2~3일 세종 집무실을 지킨다. 국회 일정 때문이라는 이유도 들지만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초임 과장 이하 직원들은 상당수 세종시로 이사를 했지만, 고위 간부들의 거주지가 아직은 서울과 수도권인 요인도 크다. 이로 인해 일주일에 3~4일 KTX나 고속버스를 타 길에서 시간을 허비한다고 붙여진 ‘길과장’, ‘길국장’이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세종시 출범 이후 만들어졌다. 일부 과장이나 사무관들은 아예 하루에 오전과 오후를 나눠 서울과 세종을 오가기도 한다. 기차 안에서 보고서를 살펴보거나 전화로 업무를 지시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부서 회의가 진행되기도 어렵다. 대면 보고 대신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업무 비효율도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부처별 매년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출장비용은 예산 낭비다. 한국행정학회의 추산에 따르면 세종시 이전 이후 공무원 출장비용은 연간 1,200여억원에 달했다. 행정·사회적 비효율 비용은 2조8,000억∼4조8,8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모든 장차관들이 매달 수백만원의 임차료와 운영비를 지출하면서 서울에 장차관 집무실을 운영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청사를 집무실로 쓰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차치하고라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여의도 한국전력남서울지역본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평가인증원, 조명환 환경부 장관은 서울스퀘어 등에 집무실을 두고 있다. 예산 낭비와 함께 정부부처 이전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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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통령 지시에도 개선되지 않자 장차관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는 세종에서 열도록 원칙을 만들고 국회 분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에 국회 분원 설치를 뒷받침 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인 ‘세종의사당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앞으로 세종시 (국회) 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건립하면 (세종시가) 사실상 행정 수도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 분원 설치나 KTX세종역 신설도 선거철 정치적인 ‘립서비스’ 정도로만 논의되면 시간이 지나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세종시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를 열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도 같은 이유에서다. 세종시 인구가 3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행정수도로서의 역할과 자족기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아파트만 빽빽하게 지어졌을 뿐 상가건물 내 절반 이상이 공실인 곳이 수두룩하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 자체가 그렇게 결정됐듯이 선거를 앞두고 ‘표심’만을 겨냥해 추진된다면 행정중심도시 본연의 역할을 하기는 앞으로도 힘들고 수년간 같은 문제점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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