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삶에 사표 던지는 아버지들] 자살시도자 밀착보호 필요한데…병원선 "병상없다" 입원 거부

<하>자살예방현장 무엇이 문제인가-관리 허술한 자살시도자

"자기 병원서 극단선택할까 꺼려"

자살·자해시도 2017년 3만여명

응급실 13%만 전문상담사 배치

4명중 3명은 사후관리없이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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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자살 사망자들은 단 한 번의 자살 시도로 사망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시도 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들이 그렇다. 자살 사망자 남녀 비율은 남 7 대 여 3 정도 되지만 자살 시도로 병원을 찾는 비율은 남 4.5 대 여 5.5의 비율로 여성이 많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들의 자살 사망률은 지난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700명으로 일반 인구 28.1명에 비해 무려 25배 높다. 2013년 당시 김용익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의 50%가 자살 시도 후 6개월 이내에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돌봄이 자살 예방의 핵심 중 하나여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자살 시도자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돌봄은 쉽지 않다. 먼저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자살예방센터인 ‘미국자살예방기금(AFSP·American Foundation for Suicide Prevention)’은 2017년 미국의 자살 사망자가 4만7,173명, 자살 시도자는 14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자살 사망자 수 대비 약 30배 수준의 자살 시도자가 있는 셈이다. 2017년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는 1만2,463명으로 미국 계산방식대로라면 연간 37만3,000명의 자살 시도자가 있는 셈이다.


◇관리 안 되는 자살 시도자=우리나라 자살률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2011년 인구 10만명당 31.7명까지 올랐던 자살률은 2017년 24.3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자살 시도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통계에 따르면 자살·자해 시도자 수는 2011년 2만1,237명에서 2017년 2만8,278명으로 늘었다. 이 통계에는 자살 시도뿐 아니라 자해 시도까지 포함돼 있다. 장영진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증가 원인에 대해 “NEDIS에 가입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급 의료기관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NEDIS에 가입하는 기관 수는 2012년 139개에서 2016년 151개로 늘었다. 그러나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살 시도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살 사망률 감소에 따라 자살 위험이 실제 줄어들었는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자살 시도자에 대한 관리도 촘촘하지 못하다. 현재 정부는 전국 52개 응급의료기관에 각 2명씩의 ‘자살 시도자 상담사’를 배치, 상담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국에 운영 중인 응급의료기관은 402개로 이 중 13%인 52곳에만 전문 상담사가 있다. 자살 시도자가 전문 상담사가 없는 응급실로 가면 상담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못 받는 셈이다. 실제 2017년 NEDIS 통계에 잡힌 자살·자해 시도자 수는 2만8,278명이지만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에서 파악하고 있는 자살 시도자 수는 1만2,264명으로 약 43%에 그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응급실에서 상담을 받은 자살 시도자가 사후관리에 동의한 경우는 2017년 기준 6,675명에 불과해 NEDIS 통계에 잡힌 자살·자해 시도자 수 2만8,278명 대비 23.6%에 그치는 상황이다.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율이 그렇게 높고 정부 공식 통계에 자살 시도자로 포착됐음에도 4명 중 3명은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는 셈이다.

◇“병상없어요!” 응급입원 거부도=자살 시도자를 발견하고 구조했을 경우 긴급 관리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자살 시도자의 재시도율이 높기 때문에 단기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단기적인 밀착 관찰이나 정서적·심리적 집중 지원 등의 필요성 때문이다. 현재 자살 시도자에 대해서는 ‘자신을 해치거나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 본인 동의가 없더라도 경찰의 동의를 받아 72시간 동안 정신과 병동에 강제 입원시키는 ‘응급입원’ 제도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입원시키고 싶어도 병원에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자기 병원에 들어왔다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자살할까 봐 꺼리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병상이 없다거나 다른 기저질병이 있어 정신과 병동에서는 못 고친다는 핑계를 대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응급입원 병·의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용도 문제다. 백민정 수원시 자살예방센터 팀장은 “처음에는 상황이 급해서 응급입원을 시키면 나중에 비용 문제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살 시도로 응급입원을 할 경우 국가에서 병원비는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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