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출범 1년을 맞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증시 악화로 수익률이 급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코스닥 부양이라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롱 온리(매수 위주)’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공모펀드 특성상 변동성이 심한 장에서 취약한 구조여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에프앤가이드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연초 후 코스닥벤처펀드 평균 수익률은 9.52%로 나타났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2.5%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1’은 연초 후 12.80%, 3개월 16.40% 수익을 올렸고 KB코스닥벤처기업2는 각각 13.15%, 15.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아직 펀드 설정 후 원금 전부를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코스닥시장 상승과 궤를 맞춰 빠르게 손실을 메우는 상황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모험자본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만들어낸 정책 상품이다. 투자자가 3년간 펀드를 유지하면 투자금의 10%(최대 300만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장점 덕분에 지난해 판매 시작 3개월 만에 공모와 사모를 합쳐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코스닥 시장이 급락하면서 -20% 이상 손실이 났고 펀드 유출도 많아졌다.
하지만 올 들어 주식시장이 예상외로 강하게 상승하면서 코스닥벤처펀드도 숨을 돌리게 됐다. 외국인 매수 덕에 코스지수는 이날 기준 12.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32% 올랐다.
코스닥시장의 기업공개(IPO)가 잇달아 흥행한 점도 펀드 수익률에 도움을 줬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웹케시·노랑풍선·이노테라피·천보·셀리드 등 5개 기업 가운데 이노테라피를 제외한 4개사 공모가는 희망범위 최상단 또는 상단을 넘는 수준에서 정해졌다. 웹케시는 일반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947.13대1을 기록했고 노랑풍선은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52% 높게 형성되는 등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날 웹케시는 첫 거래일(2만8,500원) 대비 45.09% 오른 4만1,350원에, 천보는 42.92% 오른 6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사들은 코스닥 IPO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받기 때문에 상장 후 해당 종목의 주가 상승은 곧 수익률로 이어진다. 이달 들어 수요예측이 진행된 기업들의 공모가도 상단 혹은 상단 이상으로 결정된 만큼 당분간은 긍정적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이지케어텍·미래에셋벤처투자가 희망공모가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고 에코프로비엠은 공모가 상단을 초과해 결정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스닥벤처 공모펀드 특성상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운용 포트폴리오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선물매도같이 정부 정책을 반감시키는 전략은 취할 수 없어 급락장에서는 방어 수단 없이 큰 폭의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을 띄우기 위해 도입된 상품으로 선물매도나 인버스 등 전략을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든 증시가 하락하면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