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

홈플러스리츠 상장 포기...공모시장 '빨간불'

"규모 너무 크고 벤치마크 없어"

수요예측서 해외 기관 신청 저조

연기금 등 국내 큰손들도 시큰둥

하반기 교보생명 등 IPO 먹구름




국내 첫 조원 단위 공모 리츠로 관심을 모았던 홈플러스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상장을 포기하면서 공모 리츠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 등 대규모 리츠 상장을 통해 매장을 유동화하려고 했던 다른 후보 기업들도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처럼 추진된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올해 IPO 시장이 더욱 움츠러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홈플러스 리츠는 13일까지 진행한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상장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 리츠는 공모 희망가(4,530~5,000원)를 기준으로 1조5,000억~1조7,000억원을 조달하고 이 중 80% 물량에 대해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벌였다. 그러나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신청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날 오전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리츠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리츠 투자 경험이 없는데다 대규모 리츠의 선례가 없다 보니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 같다”며 “불안정한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도 한몫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배당주 펀드와 같이 중위험 중수익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운용사들의 관심은 높았으나 국민연금 등 ‘큰손’ 연기금은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큰손들의 저조한 참여도 글로벌 부동산 운용사들을 머뭇거리게 한 요인이었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리츠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신한알파리츠와 이리츠코크렙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안착한 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리츠 상장이 국내 리츠 시장의 성장 도약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리츠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리테일 비즈니즈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며 “홈플러스 리츠는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투자 매력을 주기에는 공모가격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고 평가했다. 홈플러스 리츠는 다시 계획을 재정비해 추후 상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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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지난해부터 상장 철회에 나서는 기업이 속출하며 IPO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SK루브리컨츠, CJ CGV 베트남, 카카오게임즈 등이 상장 계획을 번복하며 지난해 공모액은 2조7,505억원에 그쳤다. 홈플러스 리츠까지 상장을 포기하면서 올해 IPO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당초 대어급 상장으로 공모액이 최대 10조원까지 예상됐으나 현재로서는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공모 예상 금액이 2조원이었던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난 1월28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보유 지분 19.9%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상장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코넥스 시가총액 1위 바이오기업 툴젠은 코스닥 ‘삼수’에 나섰으나 특허권 부당 이전 논란에 거래소 심사가 지연돼 1월31일 코스닥 이전상장 심사를 철회했다. 벤처캐피털(VC)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지며 KTB네트워크도 최근 상장을 철회했다.

기업가치가 최대 3조원까지 예상된 안마의자 업체인 바디프랜드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이 지연되고 있다. 오너 리스크 등이 불거져 당분간 상장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교보생명·호텔롯데 등도 IPO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교보생명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협상, 호텔롯데는 면세점 사업부의 실적 회복 여부가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혜진·김광수 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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